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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신흥국 주식·통화 동반 부진...하이일드 채권만 웃었다

이수정 기자

기사입력 : 2025-01-02 08:23

2024년 12월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미국 달러(위)와 브라질 헤알(아래) 지폐가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2월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미국 달러(위)와 브라질 헤알(아래) 지폐가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신흥국의 주식과 통화 등 주요 자산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거둔 가운데 유독 고수익·고위험의 하이일드 채권만 높은 수익률을 안겨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2024년 신흥국 증시가 미국 등 주요국 증시의 수익률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또한 미국 달러 강세 여파로 신흥국 통화도 약세 기조를 면치 못하면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통화는 단 세 개 통화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지난해 8% 상승하면서 신흥국 통화를 압박했고 말레이시아 링깃, 홍콩 달러 및 태국 바트만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 대비 21% 급락했고 멕시코 페소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흐름을 보이며 18% 넘게 하락하는 등 중남미 통화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헤알화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0%에 달하는 재정 적자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했고, 멕시코 페소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관세 부과 전망이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

신흥국 증시도 부진했다. 지난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주가지수는 2년 연속 상승하며 5%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증시의 수익률인 17%와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20% 이상 수익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실제로 신흥국 주식은 1980년대 후반 이후 S&P500 지수 대비 사상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그나마 지난해 중국 주가지수는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2020년 이후 연간 최고치인 15% 가까이 상승했다.

신흥국 전문 미국 투자회사 그래머시 런던의 사이먼 퀴자노-에반스 수석 전략가는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신흥국 주식과 현지 통화 채권이 기본적으로 미국 동종 자산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중남미 통화의 실질 금리가 가장 높다는 측면에서 이들 통화의 저조한 성과는 유독 눈길을 끈다"면서"이들 자산의 내년 성과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과 그 정책이 미국 달러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일드 채권만 선방


2024년 신흥국 자산 중 그나마 하이일드 채권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블룸버그의 신흥시장 하이일드 달러 채권 지수는 15% 상승하며 2016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이일드 채권이란 고수익·고위험 채권으로 원리금 상환 불이행 위험이 높지만, 이자율이 높은 채권으로 ‘정크 본드’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일부 달러 표시 채권은 10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특히 돋보였다. 지난 2023년 말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정부 지출 삭감 등의 개혁이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일부 우크라이나 채권은 9월 이후 45%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신흥국 투자등급 채권의 상승률이 1.9%에 그쳤던 데 반해 신흥국 채권 전체 지수는 6.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하이일드 채권의 강세가 올해도 지속될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본토벨 자산운용의 카를로스 데 소사 신흥시장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하이일드 채권의 랠리가 올해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앞으로 국가와 신용 선택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선호하는 투자 전략들이 대부분 성공적으로 실현됐기 때문에 지금은 평소보다 투자가 훨씬 더 다각화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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