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2025년 최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화석연료 정책 기조가 전기차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시장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직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 폐지는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미국 내 전기차 전환 속도를 크게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사례는 정부 정책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독일은 정부 보조금 축소로 전기차 가격이 12% 상승하자 2024년 11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26% 급감했으며,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2023년 18%에서 13%로 하락했다.
미국 시장도 유사한 충격이 예상된다. 켈리 블루북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평균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 포함 4만7500달러, 미포함 5만5000달러다. 16%의 실질적 가격 상승으로 2024년 130만 대로 예상되는 판매량이 2025년에는 100만 대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 상반기 3만 달러대의 신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테슬라의 최저가 모델로, 보조금 없이도 중산층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를 겨냥했다. 더불어 2025년 말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출시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토요타도 2025년형 BZ4X의 가격을 14% 인하하기로 했으나,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은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테슬라 주가가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머스크 CEO와 트럼프의 관계가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연방 차원의 자율주행 규제 정비가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 확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춘 조지아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현대차는 이미 2026년까지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94만 대에서 84만1000대로 하향 조정했으나, 장기적으로는 향후 10년간 120조5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은 원가 절감과 기술 격차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미국화 정책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2025년까지 재활용 소재 사용률을 21%까지 높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우주 산업 진출과 ESS 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정책 변화는 미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둔화는 수송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어, 산업계는 대체 감축 수단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환경 정책의 새로운 프레임워크 구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정책 변화와 시장 조정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신사업 발굴을, 배터리 업체들은 기술 혁신과 원가 절감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전기차 전환은 장기적 흐름이나, 과도기적 조정 국면에서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