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글로벌 시장 확장 과정에 다차원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2월 27일과 9월 22일 보도를 통해 BYD가 브라질에서 노동 착취 논란, 인도에서의 시장 진입 좌절 등 해외 진출 과정의 난관을 겪고 있다고 상세히 전했다. 이는 유럽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현대차와 기아가 주도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중요한 교훈과 시사점을 제공한다.
BYD는 2024년 누적 수출 약 45만 대가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를 넘는다. 특히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21%를 점유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해외 판매를 늘리기 위해 터키, 헝가리, 태국, 브라질 등 3개 대륙의 10개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브라질 카마사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인권 침해 사건은 BYD의 해외 진출 전략에 중대한 과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27일 FT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당국은 163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매트리스 없는 침대, 부적절한 화장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으며, 여권 압수와 임금의 60% 원천징수 등 "노예와 같은 조건"에 처했다고 밝혔다. BYD는 즉각 하청업체인 진장 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상했다. 지난해 9월 22일 FT는 BYD가 인도 정부의 중국 기업 투자 제한으로 인도 시장 진출이 무산되자 파키스탄을 대안으로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2026년까지 파키스탄 최초의 전기차 조립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지만,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 관계로 인해 남아시아 시장 진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2025년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수요 변동성이 예상되면서 BYD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과 함께 각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BYD의 현지화 전략은 이미 태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태국 라용 주에 설립한 전기차 공장은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연간 15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태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과 맞물려 현지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반면 헝가리에서는 현지 노동조합과의 임금 협상 난항으로 공장 가동이 지연되는 등 유럽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았으나, 현지 환경 규제와 관련한 인허가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해 BYD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현지화된 생산 체계 구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BYD의 행보는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노동 문제, 문화적 차이, 지정학적 갈등 등 다차원적 리스크 관리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를 교훈 삼아 해외 진출 시 ESG 경영과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와 사용자 경험 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가치 제안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