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일본 구마모토 현 공장에서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이는 일본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 회복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구마모토 현의 키무라 타카시 지사는 28일 TSMC의 일본 자회사인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 지난 월요일부터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TSMC는 지난 2월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이후 연내 양산 목표를 달성했다.
TSMC는 2025년 1분기에는 구마모토에 제2공장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공장의 총투자액은 약 2조9600억 엔(약 28조 원)에 달하며, 2027년 말까지 월 300mm 웨이퍼 10만 장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TSMC의 투자에 최대 1조2000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2030 회계연도까지 반도체와 AI 분야에 10조 엔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구마모토 공장은 6나노에서 40나노미터급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일본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 첨단 반도체 개발을 포기한 이후, 40나노 이하 제품의 국내 생산이 제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자동차와 산업 기계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할 예정이며, 소니그룹의 이미지센서 생산도 예상된다. JASM의 지분은 TSMC가 86.5%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소니, 덴소, 토요타자동차가 나눠 갖고 있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예정대로 양산이 시작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며 "경제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국내 생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TSMC 공장 가동이 다른 외국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수익성 확보는 과제로 지적된다. TSMC가 주요 수요처로 예상했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고, 산업용 장비와 스마트폰의 재고도 누적되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SEMI에 따르면 전 세계 칩 제조시설의 가동률은 통상적인 80~90%보다 낮은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TSMC의 일본공장 가동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일본이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TSMC의 일본공장 양산 개시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일본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일본이 TSMC 유치를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수요 산업과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 TSMC 일본공장이 소니, 토요타, 덴소 등 수요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수요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반의 가동률 저하와 수요 부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기차, 산업용 장비 등 신규 수요 창출과 함께 수익성 확보를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