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고조되는 무역 긴장과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유럽 내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시화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유럽 최대 산업용 부동산 개발사 CTP의 야로미르 체르닉 아시아 이사는 "내년 중국 고객이 10~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CTP는 현재 유럽 10개국에 걸쳐 1,260만㎡의 산업·물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체르닉 이사는 "많은 중국 공급업체들이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최종 고객과 가까운 생산시설을 찾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유럽을 위한, 유럽 내 생산'이라는 의미의 니어쇼어링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이 두드러진다. EU가 지난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서 11월 對EU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이에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1만㎡ 규모의 시설을 확보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 후이중과 양펑 오토모티브는 세르비아에, 선전 유니콘과 신취안 오토모티브는 슬로바키아에, 닝보 지펑은 체코에 각각 생산시설을 설립했다.
체르닉 이사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장벽과 물류 혼란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에 직접 진출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잠재적 무역전쟁의 십자포화를 피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세르비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을 유럽 거점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1월 취임하면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가속화는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따른 무역환경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생산기지 다변화가 시급하다. 중국 기업들이 EU의 관세를 피해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주요 시장 인근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니어쇼어링'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근접성 확보도 중요하다. 중국 부품업체들이 유럽 자동차 기업들과의 협력을 위해 현지 진출을 서두르는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주요 고객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더불어 무역전쟁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관세나 무역장벽 강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생산과 공급망의 유연성을 높이고, 시장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기지 다변화, 고객 근접성 확보, 리스크 관리 강화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