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희토류 업체 라이너스가 중국의 희토류 독점 체제에 도전장을 냈다.
라이너스는 21일(현지시각) 내년부터 말레이시아 시설에서 중(重)희토류 가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라이너스는 미 국방부로부터 2억5800만 달러를 지원받아 텍사스에도 가공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희토류는 테르븀, 디스프로슘 등 고성능 자석에 필수인 17종의 광물을 말한다.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야간 투시경, F-35 스텔스 전투기 등에 사용되지만 가공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아만다 라카제 CEO는 "중희토류 가공은 제품 범위 확대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면서 "첨단 자석 제조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너스는 호주 마운트 웰드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말레이시아에서 가공해왔다.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 정부의 방사능 우려로 일부 공정을 호주로 이전했으며, 미국 시설 건설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시장 지배력 약화를 겨냥한 것이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 가공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한 이후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관리해왔다. 2010년 대일 수출 중단, 2023년 자석생산기술 수출 금지 등 무기화 시도도 있었다.
호주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 일루카 리소스는 2027년 서호주에 가공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며, 아라푸라 희토류는 2028년 생산을 목표로 광산과 가공공장을 건설 중이다.
다만, 수익성은 과제다. 라이너스는 지난 회계연도에 전기차 판매 둔화로 매출이 40% 감소한 4억6330만 호주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70% 급감했다.
라카제 CEO는 "장기적으로 탈탄소화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전기차뿐 아니라 자동화 제품 전반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독점 체제가 서서히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라이너스의 중희토류 가공 진출은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소재부품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와 풍력 발전 등 미래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안정적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직접투자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대차, 삼성, LG 등 주요 기업들이 희토류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해외 광산 투자나 가공 시설 건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래 산업 경쟁력은 원자재 확보에 달려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이 가진 첨단 소재 가공 기술을 활용해 희토류 산업에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