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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EU 주요국 국경 검문 강화, 유럽 통합 근간 위협"

EU, 자유 이동과 안보의 딜레마에 직면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29 08:13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 휘날리는 EU 깃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 휘날리는 EU 깃발.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의 핵심 가치인 자유로운 이동이 이민통제 강화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각) 독일을 비롯한 EU 주요국들의 국경 검문 강화 조치가 유럽 통합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최근 모든 국경에서의 검문 실시를 발표했으며,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등 7개국이 이미 국경 통제를 시행 중이다. 네덜란드도 12월 합류를 예고했다.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국내 안보 강화와 불법 이주에 대한 강경 대응"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는 2015년 시리아 난민 위기 이후 누적된 이민 문제가 유럽 통합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국경 통제 강화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테러 위협과 불법 이민 증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맞물리면서 '임시' 국경 검문이 상시화되는 추세다. EU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접수된 455건의 국경 통제 신고 중 92%가 이민 문제와 관련되었다. 독일은 2023년 10월 이후 국경 검문으로 망명 신청이 20% 감소했다고 주장하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경우 국경 통제를 도입한 지 7년이 지난 2022년에도 2015년보다 27% 더 많은 망명 신청이 접수되었다.

더블린 규정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1990년 제정된 이 규정은 난민이 최초 입국한 EU 회원국에서 망명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난민들의 중복 신청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그리스, 이탈리아 등 외곽 국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낳았다. 독일이 이 규정의 엄격한 적용을 추진하자 오스트리아의 게르하르트 카르너 내무장관은 "독일에서 추방된 개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경제적 손실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EU 집행위원회는 국경 통제 강화로 연간 최대 58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솅겐 국가 간 교역이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경 검문에 따른 직접 비용뿐 아니라 교역 지연, 통근자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한 간접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 룩셈부르크의 경우 인구 64만 명 중 약 23만 명이 국경을 넘나드는 통근자일 정도로 자유로운 이동이 경제의 근간이다. 독일-폴란드 접경의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와 슬루비체처럼 실질적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한 지역들은 더욱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반이민 정책은 유럽의 극우 세력을 자극해 국경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독일의 조치를 환영하며 자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EU는 한국의 3대 수출 시장으로 2023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10%를 차지한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핵심 시장이다. EU 내 물류비용 상승은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현지 생산기지 설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한국 기업들이 이미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안보 측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의 다자주의 약화는 글로벌 규범 기반 질서의 퇴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강대국 간 세력 경쟁이 심화되는 동북아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다자주의적 해결 방안의 설득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유럽의 국경 통제 강화는 단순한 이민 정책의 변화를 넘어 전후 서구 자유주의 질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유럽안정구상의 제럴드 크나우스가 지적했듯이, 이는 "유럽연합을 겨냥한 논쟁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EU가 이민자 문제와 회원국 간 연대라는 상충된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그리고 이것이 글로벌 질서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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