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전략적 경쟁을 넘어 전략적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최근 완료한 2기 내각에서 대중 강경파를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한층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평균연령 57.4세의 이른바 '영 마가(Young MAGA)' 세력을 전면에 포진한 것은 대중 강경노선과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더 강화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외교 안보 진영의 핵심 보직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 중국 견제를 주도해온 인사들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중국과의 전면적 디커플링을 위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이미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각)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중국과의 경제적 분리를 목표로 하는 강력한 견제 정책이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1단계 무역협정 이행 실패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2기 집권에서는 협상보다 실질적 압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최대 60%까지 인상하고, 미국이 특정 국가에 지속적으로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는 무역 지위인 영구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재검토하는 등 전방위적인 경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는 양국 갈등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역시 내수진작보다 수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적했듯이, 이러한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기술·자본 분야의 분리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을 미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AI·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제한, 미국 자본의 대중 투자 차단 등 포괄적인 견제 정책을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전면적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더욱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2023년 기준 20% 미만으로 낮아졌으나,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은 여전히 최대 수출국이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대중 첨단기술 수출 제한을 요구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표면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투쟁'을 강조하며 대미 대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ASEAN, BRICS 등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특히 BRICS가 세계 GDP의 3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블록의 형성은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을 예고한다. 미·중 갈등이 경제를 넘어 체제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블록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 기술 자주권 확보, 동맹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안보 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양국 간 균형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