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보 환경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CBS뉴스는 2024년 11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새로운 핵 독트린을 승인하면서, 세계가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새 핵 독트린은 비핵국가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미국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 공격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숙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되면서 러시아는 이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직접 개입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은 러시아의 핵 대응 조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었다는 점에 있다. 과거 러시아의 핵 독트린은 '국가 생존이 위협받는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허용했으나 이제는 '러시아의 주권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그 조건이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최근 발사한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300㎞에 달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군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상황은 단순한 군사적 긴장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시스템뿐 아니라 위성 정보와 기술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의 시각에서 이는 단순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닌, 서방 전체와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이중 용도 무기체계를 활용하고 있어 어떤 미사일 발사가 핵무기를 탑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1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지원받고 있다. 이는 전쟁이 단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자관계를 넘어 새로운 진영 간 대결 구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1월 20일 이전에 쿠르스크 지역 상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전 세계적 봉쇄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듯이, 현재의 핵전쟁 위험도 과소평가되고 있을 수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는 비례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면적 핵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의 핵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핵 독트린 변경은 북한에 핵무기 사용 정당화의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지원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핵 전략 변화는 북한의 핵 위협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한미동맹의 군사훈련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온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핵 독트린 변경은 북한의 핵 전략을 더욱 공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재집권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상 동결을 선호하지만, 취임 전까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더 강경한 대응이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 중국, 이란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동서 진영 간 대립 구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이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2개월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권과 거리가 있는 지역의 자산 비중 확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아울러 금과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과 필수소비재 부문의 방어적 주식 비중도 확대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는 에너지 부문의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핵 독트린 변경은 세계 안보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가 글로벌 진영 대결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경제안보 역량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 위협 고조 가능성에 대비한 새로운 안보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