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장 임기가 연말 전원 만료되는 가운데, 교체 가능성이 높은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을 대신할 차기 주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잇단 내부통제 부실 이슈에 휘말린 두 은행은 대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을 의식해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며 은행장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일 수록 내부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점에서 내부출신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12월 31일 일제히 만료되면서 이번주부터 각 은행 차기 행장의 윤곽이 순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5곳 중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새 얼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이사진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부당대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 행장을 교체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이사진으로 구성된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는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내놨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최종 후보 1명만 이번주 중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손 전 회장 사태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장 유력 후보군으로는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CRO) 부행장과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집행 부행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이 거론된다. 외부출신 수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내부결속이 중요한 시점에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계파갈등은 최대 변수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오는 일종의 '관례'가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계파갈등을 종식시키겠다고 선언했지만, 손 전 회장 사태로 뿌리 깊은 계파갈등만 확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는 내부자의 제보로 수면 위로 드러났는데 상업은행 출신들이 손 전 회장 시절 득세한 한일은행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갈등을 일단 봉합하기 위해 한일은행 출신을 발탁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원덕 전 행장은 한일은행, 조병규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관행대로라면 차기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 차지가 된다.
정진완 부행장, 박완식 대표, 강신국 대표 등은 한일은행 출신이고 박장근 부사장, 유도현 부행장, 이석태 대표 등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과 더불어 교체가 확실시되는 농협은행장도 12월 중순께 차기 행장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지난 2022년 이석용 행장 선임 당시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그해 12월 22일 최종 후보를 발표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일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차기 행장 인선 절차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며 "12월 중순은 돼야 후보군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특히 지난해 강 회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선거 캠프 출신 보은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후임으로 강 회장의 측근인 경남 출신 인사들이 낙점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농협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고 있는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당국과 마찰을 의식해 강 회장이 노골적인 '자기 사람 챙기기'는 지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 인사에 중앙회가 개입해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농협의 지배구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올해 초에는 NH투자증권의 사장 인사를 두고 강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강 회장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농협은행장 인사에는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 역시 12월 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없다면 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