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제품에 6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중국으로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처럼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하는 한 미국의 압박에 중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협상 밖에 답이 없다
통상 분쟁에서 대개 최고의 대응 무기는 맞불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60% 관세를 물리면 중국도 미국 제품에 60% 관세를 물리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미중 교역처럼 중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의 대중 수출보다 훨씬 비중이 클 경우 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못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인 핵심 광물 등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지만 이 경우 미국이 다른 곳에서 이 광물들을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광물 수출 등을 제한하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그 동맹이 중국이 아닌 다른 공급망 확보에 나설 것이어서 중국의 입지만 좁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각) 뉴욕 싱크탱크 로디움 그룹 중국 시장 분석 책임자 로건 라이트의 말을 인용해 “(맞불 관세, 수출 규제와 같은) 이런 방법만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방법이 바로 협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제재, 수출 규제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대항해 그동안 즐겨 써먹은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미 기업들을 직접 겨냥해 제재하는 방법과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고 나서자 이달 두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우선 기업 제재다.
중국은 엔비디아가 2020년 이스라엘 네트워크 장비 업체를 인수할 때 제시했던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 캘빈클라인, 토미힐피거 브랜드를 소유한 의류 업체 PVH는 중국 신장 면화를 보이콧했다는 이유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수출 통제도 나왔다.
중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드론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부품 수출을 제한했고, 첨단 전자제품과 무기에 활용되는 핵심 광물 수출도 규제했다.
갈륨, 제라늄
그러나 수출 규제는 중국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비록 중국이 전세계의 핵심 광물 생산과 제련을 장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주된 배경이다.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해 관련 광물 가격이 뛰면 그동안 경쟁에서 밀렸던 다른 나라들이 이 광물들을 공급하게 된다.
BCA 리서치의 매튜 저트켄 지정학 수석 전략가는 광물 수출에 제약이 가해질수록 경쟁국들의 관련 투자는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갈륨과 제라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미국 갈륨 수출 1위는 중국이 아니라 캐나다였다.
지난해 중반 40%에 이르렀던 중국산 갈륨은 올해 10% 미만으로 급감했다.
제라늄도 중국의 수출 통제 속에 대미 수출 1위 자리가 독일에 넘어갔다.
미 제라늄 수입의 70%가 넘던 중국산 제라늄은 이제 30% 초반대로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제3국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제3국의 공급으로 크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 역시 제3국의 존재로 인해 약효가 크지 않다.
저트켄은 중국이 미국에 광물 수출을 제한하면 미 기업들은 제3국을통해 중국산 광물을 우회 수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변화
중국이 미 기업들에는 점점 시장 중요도가 작아지고 있는 점도 중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중 소비자들을 상대로 외국 제품을 배척하고 중국산을 쓰자는 이른바 애국소비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 업체들에 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중 시장 중요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올 4분기 중국 시장 둔화로 인해 중국내 공장들을 폐쇄하고, 자동차 모델 공급도 축소하게 생겼다면서 50억 달러 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선임 중국 펠로 크레이그 싱글턴은 “중국의 모든 공격적인 행동은 미 기업들의 다변화와 디커플링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이런 악순환 속에 중국의 대응은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역량만 더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매각
중국이 써먹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기는 하다.
지난 10월 현재 일본에 이어 미 국채 2위 보유국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10월 현재 미 국채 760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 일부는 실제 보유 규모가 이를 훨씬 앞지를 것이라면서 중국 외환보유액의 절반인 3조6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무기화해 미국과 통상분쟁이 격화될 경우 보유 미 국채를 시장에 풀어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보유한 국채 가격이 폭락할 것이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심각한 타격이 미치는 미치광이 전략이지만 미국을 괴롭히기 위해 최후의 카드로 꺼내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위협이 실제로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020년 팬데믹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그랬던 것처럼 연준이 무제한 국채 매입을 선언하고 나서면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당시 외국 중앙은행들과 민간으로부터 1조 달러어치 국채를 매입했다.
로디움의 라이트는 중국에 미국은 결국 고객일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 제품을 사도록 설득하는 것 외에 중국으로서는 묘책이 없다고 단언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