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보내는 상충된 신호가 경제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노동 시장은 둔화 조짐을 보이지만, 경제 성장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전통적인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10월 2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러한 불일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며,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내슈빌에서 열린 전미기업경제학회 오찬에서 이러한 경제 지표 간의 긴장 관계를 인정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 데이터가 GDP 데이터보다 실시간 경제 상황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이러한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는 연준의 정책 결정이 더욱 신중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 경제 이론인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실업률 증가는 경제 성장 둔화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는 이 법칙을 깨고 있다. 2분기 GDP는 전년 대비 약 3%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0.5%p 상승했다. 더욱이 애틀랜타 연준의 GDPNow 도구는 3분기 성장률을 연율 2.5%로 예측하고 있어, 경제 성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불일치 원인으로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설명은 기업들이 AI나 다른 기술을 활용해 기존 근로자들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성과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 혁신이 노동 생산성을 크게 향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 측정의 오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연준의 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경제학자 마르코 카시라기는 데이터 불일치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에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 시장이 계속 약화하여 연준이 11월에 0.5%p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지, 아니면 강력한 경제 성장이 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더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8월까지 12개월 동안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2% 상승에 그쳐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소비자 지출과 개인소득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어, 경제활동의 전반적인 냉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복잡한 경제 상황은 연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연준은 지난주 금리를 0.5%p 인하했지만, 앞으로 정책 결정은 더욱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월 고용 보고서를 비롯한 향후 경제 지표들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AI와 기술 혁신이 노동 생산성을 크게 향상하면서, 전통적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며, 기존의 경제 모델과 이론들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국 경제의 현재 상황은 불확실성과 도전, 그리고 기회가 공존하는 복잡한 양상이다. 노동 시장의 둔화와 경제 성장의 지속이라는 상충된 신호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동시에 이는 기술 혁신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들과 연준의 정책 결정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