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인공지능(AI) 규제 위주에서 ‘신중론’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간 미 의회는 AI의 윤리성 등 규제에 천착해 왔다. 이것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최근 악시오스와 한 인터뷰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AI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AI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를 피하고 민간 부문의 혁신을 장려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실리콘밸리 AI 기업들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연방정부의 과도한 권한 행사가 혁신을 억제하고 국가 경쟁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는 주장을 하며, 기술 혁신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관점을 강조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 등 기술 업계 인사들과의 논의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는 “빠르게 움직이며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철학 아래 규제 최소화를 주장해 왔다. 많은 기술 기업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혁신 모델을 위협한다고 우려한다.
더불어 국제 정세,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경쟁도 이 접근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과도한 규제가 이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존슨 의장은 내년 대선 이후 미·중 관계 변화에 따른 AI 정책 조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원 양당 AI 태스크포스는 11월까지 AI 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존슨 의장은 이 보고서가 “거대한 규제 계획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보고서에는 향후 입법의 기초가 될 수 있는 포괄적 원칙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신중론’이 AI에 대한 모든 규제를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존슨 의장은 딥페이크 기술 등 AI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민간 부문과 주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방수권법(NDAA)에 일부 AI 조항을 포함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규제 노력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접근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와 그 잠재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신중한 판단으로 보인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혁신 저해를 방지하면서도, 기술의 오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신중론’은 일부에서 우려를 낳을 수 있다. AI 기술의 윤리적 문제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으며, 기업의 자율성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이런 접근은 한국의 AI 정책과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한국 정부도 AI 규제 정책을 수립할 때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 기업들은 미국 규제 완화 움직임을 주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미 간 AI 기술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자체적인 AI 기술력 확보에 더 주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AI 개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결국, 미 하원의 AI 기술 발전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향후 AI 기술의 발전 양상과 그 사회적 영향, 그리고 국제 경쟁 구도의 변화에 따라 복합적 양상을 보일 것이다. AI 시대 기술 강화와 함께 새로운 법적·윤리적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이런 글로벌 동향을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