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싸늘했지만, 기회는 뜨거웠다."
2024년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REDEFINE(재정립)'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글로벌이코노믹과 함께 '고금리 장기화로 얼어붙은 시장에서도 호텔과 리테일 등 특정 섹터는 기지개를 켰고, 글로벌 자본은 우리나라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조정기'를 전략적 매수 기회로 삼았다'고 밝혔다.
◇ Rate Uncertainty: 살얼음 위의 곡예
올해 미국의 금리 정책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였다. 연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그리고 트럼프 재선 이후, 금리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시장은 구조적 변화의 길을 걸었다. 투자자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의 자산 재구성에 집중했다. 특히 임차인의 신용도와 장기 계약 여부를 중시했다. ESG 경영과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가치 기준도 부상했다. 연말 들어 금리 인하 불씨가 살아났지만, 시장은 과거와 같은 낙관적 전망에 기대지 않았다. 대신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선별적 투자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 Eastern Capital Flow: 동방의 용, 숨 고르기
아시아 자본 시장은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24년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의 증가율은 -10.2%로 감소세(2024년 1월~8월)였다.싱가포르 상업용 빌딩 공실률은 지난 3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해 40%에 달한다.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이며,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회복세가 더디다. 이러한 위기에서도 기회를 포착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한국 시장의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인식했다. 특히 프라임급 오피스와 물류센터 관심이 두드러졌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아시아 자본의 '선별적 투자'가 본격화된 해로 기록됐다.
◇ Downtown Mixed-use: 도심의 체스판
복합개발 시장이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해였다. 특히 용산역, 삼성동 코엑스, 여의도 일대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복합개발 단지의 임대료가 단일용도 건물 대비 평균 15~20%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MZ세대를 겨냥한 문화·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포함된 프로젝트들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연초 우려된 공실률 상승 문제는 하반기 들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이다. 앵커 테넌트 확보 경쟁이 치열했지만, 성공적으로 유치한 단지들은 높은 임차 수요를 견인했다.
◇ Evolution of PropTech: 구름 위의 거래소
◇ Future of Retail: 백화점의 변신술
리테일 부동산은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기존 백화점의 전통적 쇼핑 공간들이 F&B와 문화시설로 전환됐다. 체험형 매장 수 역시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사운드포레스트'는 6~8월에 하루 평균 약 3,000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특별한 행사 기간에는 일일 1만 명에 달하며,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았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메타버스존'은 MZ세대 집객에 성공하며 리테일의 지평을 열었다. 매출 구조도 변화했다. 전통적 물품 판매 비중이 줄어든 반면, 체험형 콘텐츠와 F&B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요 백화점들의 고객 체류시간은 전년(35분)에서 올해 평균 42분으로 늘었다. 백화점들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와 식음료 공간을 강화한 결과로 보인다.
◇ Investment Refinancing: 시장의 살얼음판
2021~2022년 고평가 시기에 실행된 대출의 리파이낸싱이 시장의 큰 과제로 떠올랐다. 상반기에는 리파이낸싱에 실패한 일부 자산들의 매각이 이어졌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안정을 찾아갔다. 임차인 신용도와 장기 임대차 계약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이는 투자자 실사 기준도 변화시켰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심사 기준을 적용했다. ESG 요소도 중요한 평가 지표다. 결과적으로 2024년은 상업용 부동산 금융의 새로운 기준이 수립된 해였다.
◇ Niche Market Focus: 틈새의 반란
틈새시장이 상업용 부동산의 기회로 부상했다. 1인 가구와 노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도심형 생활숙박시설(레지던스)과 실버케어 복합시설이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생활숙박시설은 높은 투자 수익성을 보이며 틈새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의료 복합시설도 투자처로 떠올랐다. 강남구를 중심으로 의료 특화 빌딩의 임대료는 일반 오피스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지자체별로도 의료 클러스터 육성에 나서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데이터센터 역시 대체투자 자산으로서 존재감을 보였다. 주요 IT 기업들과 통신사들의 데이터센터 개발이 활발했다. 리츠를 통한 투자 상품화도 시도됐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장기 임대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틈새시장의 부상은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는 오피스, 리테일, 물류시설이라는 전통적 자산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구구조와 산업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 Evolution of Hotels: 봄바람 부는 호텔 시장
호텔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거래 규모는 2조 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1조6000억원) 대비 37.5% 증가한 수치다.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콘래드 서울의 1조 1450억원대 랜드마크 거래가 시장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티마크 그랜드 명동, 강남 L7 등 우량 호텔들의 매각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객실 점유율과 객실당 수익(RevPAR)도 크게 개선됐다. 특급 호텔들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80%를 상회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내국인의 호캉스 수요도 꾸준했다. 결과적으로 2024년은 호텔 업계가 코로나19 이전의 실적을 완전히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해로 평가 받았다.
이러한 변화들은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진화를 이뤄냈음을 보여준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은 상업용 부동산이 '공간 임대업'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실질적인 변곡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