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으나 개별 부처의 미진한 대응으로 인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사이 광고주들은 상대적으로 광고 규제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OTT 플랫폼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TV 광고의 쇠락으로 방송가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돼야 할 자금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방송 퀄리티는 저하되고, 시청자들이 이를 외면하면서 또다시 광고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매출 하락으로 인한 프로그램 폐지, 인원 감축, 제작비 감소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방송계는 정부에 방송법 개정과 광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관련 단체들은 지난 13일 식품 관련 방송 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전달했다. 업계는 현행 법안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 광고 시간대 제한 규제의 철폐를 요구 중이다.
일각에서는 오징어 게임, 흑백 요리사와 같은 흥행작들이 국내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현행 방송법'을 지적하고 있다. 방송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시장이 축소되며 제작 재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내 방송사들의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로의 성장 기회까지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같이 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일 한국방송학회에서 개최한 가을 정기 학술대회에서는 OTT,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청 행태가 변화함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지혜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방송에 대해서만 광고 제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규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라며 "방송사의 재원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광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선 '방송 광고 완전 일일총량제' 도입을 요구했다. 방송광고 1일 편성 허용량 범위 안에서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광고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제도다. 이를 통해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콘텐츠 제작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유형의 광고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에게 허용 여부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 개선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외 광고의 총량 또는 송출 길이를 규제하는 '수량 규제'와 의료·주류·고카페인 식품 등의 '품목 규제' 완화도 함께 요구했다. 언급된 광고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송출되고 있는데 방송 광고는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패널로 참여한 선호 CJ ENM 전략지원팀장은 "국내 방송광고 시장이 규제라는 진입장벽에 갇힌 사이 유튜브 등 글로벌 OTT는 영상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된 '기울어진 운동장'은 올해 초 과기정통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공개한 '2023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방송사 광고비는 2022년 4조211억900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17.7% 하락한 3조3076억2700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온라인 광고비는 순조롭게 성장 중에 있다. 특히 모바일의 경우 전년도인 2022년 대비 5,5% 상승한 7조5434억원을 기록했다. OTT 플랫폼의 광고 요금제 역시 가입자 증가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세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법 내 광고 규제에 있어 담당 부처가 지나치게 많은 것 또한 문제다. 광고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이유로 식품, 의류, 잡화, 생필품 등 행정안전부, 방통위, 과기정통부, 식약처 등 담당 부처도 제각각이다"라며 "30년째 바뀌지 않는 방송 광고 규제로 인해 국내 방송 산업이 근간부터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방송 규제 철폐와 현행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