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낙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보폭 둔화 가능성 등이 지속적인 달러 강세 모멘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감세와 관세 인상 정책 등에 시장이 초점을 맞추면서 달러 매수세에 힘이 더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은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고 잠재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투자업체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자금 및 시장 책임자는 투자자 노트에서 "소비자와 기업이 높은 금리의 영향을 피하고 실업률이 낮게 유지됨에 따라 (미국의) 성장률이 예상치를 계속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서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2025년의 화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이날 장 후반 0.77% 상승한 109.3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파운드, 매도세 가속화
특히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에 대한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다. 유로화는 이날 달러 대비 1.01% 하락한 1.025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지난 9월 하순 1.12달러 이상에서 거래된 이후 달러 대비 약 8% 하락했다.
수출 중심의 유럽 경제가 미국의 무역 관세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연준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로화 매도세를 촉발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ECB가 최소 25bp(0.25%포인트)씩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올해 25bp씩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날 ECB 정책위원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ECB의 기준금리가 현재 3%에서 올해 가을까지 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달러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영국 파운드화도 이날은 하락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파운드화는 1.19% 하락한 1.2368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4월 이후 거의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로이터는 파운드화의 지지선인 1.2475달러가 무너지면서 매도세가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지난주 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영국 경제는 지난 3분기 경기침체에 빠졌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정치적 불안정과 구조적 문제로 올해 독일, 프랑스 및 기타 유로존 경제가 고전할 것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단스케 은행의 모하마드 알-샤라프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투자자 노트에 "강달러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연준의 2025년 금리 인하 궤적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달러가 계속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가 중기적으로 미국 달러 대비 등가(패리티·parity)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알-사라프는 다만 "올해 두 차례 미만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지나치게 매파적일 수 있다"면서 "미국의 부정적인 경제지표 발표와 함께 달러화의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화는 이날 엔화에 대해서도 0.47% 상승한 157.61엔에 거래됐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