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의 분석을 인용해 2021년 이후 중국 부동산 붕괴로 18조 달러 규모의 가계 자산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손실을 웃도는 수준이며, 중국 가구당 평균 6만 달러의 자산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바클레이즈는 이번 부동산 시장 붕괴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위기는 중국 경제의 핵심을 강타했다. 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의 침체는 건설, 금융, 소비재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출 금리 인하, 구매 제한 완화 등 다양한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지방 정부의 부채도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를 통해 누적된 부채는 2024년 기준 중국 연간 GDP의 약 27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숨겨진 부채'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나 2010년대 초반 유럽 부채 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진핑 주석의 기술 강국화 정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제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생산 과잉으로 이어져 2년 연속 생산자 물가 하락을 초래했다. 국내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생산량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면서 국제적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인도, 유럽 등 주요국들은 중국의 과잉생산 제품이 자국 시장을 교란시킨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는 장기적 성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유엔 인구국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20~64세)는 매년 0.5%씩 감소하고 있다. 노동력 감소와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인구 문제는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는 중국의 경제적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세계 경제 연구소(CEBR)는 중국이 2030년까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재는 2050년 이후로 그 시기가 크게 늦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의 공장' 역할에 기반한 저임금, 대량 생산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중국은 이제 기술 혁신, 내수 시장 확대, 산업 구조 조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개혁에는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중국의 경제 불안은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금융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각국은 이러한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