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70 시리즈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칩을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리서치 기업 테크인사이트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산 고성능 메모리칩이 채택됐다고 분석했다고 26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테크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메이트70 프로는 SK하이닉스의 12GB 저전력 모바일 DRAM과 512GB 낸드플래시를, 상위 모델인 메이트70 프로 플러스는 동일한 낸드플래시와 함께 16GB DRAM을 탑재했다. 이 DRAM 칩들은 14나노미터 기술과 첨단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제조됐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발표된 이후 관련 정책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으며, 이후 화웨이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별도의 논평을 거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화웨이가 최근 자국 메모리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제품 채택을 늘려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출시된 노바13 프로에는 CXMT의 DRAM과 YMTC의 낸드플래시가 사용됐다.
테크인사이트의 최정동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이트70 시리즈에 SK하이닉스 칩이 탑재된 것은 의외"라며 "화웨이가 DRAM은 CXMT, 낸드는 YMTC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메이트70 시리즈는 지난 11월 공개됐으며, 메이트70, 메이트70 프로, 메이트70 프로 플러스, 메이트70 RS 등 4개 모델로 구성됐다. 모든 모델에는 화웨이 자체 설계한 기린 9010 및 9020 모바일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이 프로세서들은 중국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제조했으며, 이는 메이트60 시리즈의 프로세서와 동일한 공정이다. 다만 설계 측면에서는 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가 메이트70 프로에 탑재된 DRAM의 양산을 시작한 시점은 2021년 하반기로, 이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재를 시작한 지 9개월 후였다. 14나노 DRA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차세대 5세대 10나노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신뢰성과 생산 수율 면에서 주류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이트70 시리즈의 판매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지 않는 자체 운영체제인 하모니OS 넥스트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이라는 점과 칩 성능의 제한적인 개선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화웨이의 SK하이닉스 메모리칩 채택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중 기술 갈등 속에서도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14나노 공정의 DRAM이 신뢰성과 생산 수율 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중국의 자체 메모리 제조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웨이가 창신메모리와 양쯔메모리의 제품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부각한다. SK하이닉스가 화웨이 제재 이후 거래 중단을 선언한 것처럼,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동시에 새로운 시장 개척과 고객사 다변화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