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숨겨진 병기는 다름 아니라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올해 76세의 모친 ‘메이 머스크’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각) 낸 기사에서 “메이 머스크는 단순히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로 그치지 않고 최근 중국에서 ‘실버 인플루언서’로 주목받으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면서 아들의 입지를 은밀히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근한 예로 메이 머스크는 이달에만 항저우 갈라 디너, 우한 화장품 브랜드 레드카펫 행사, 자신이 펴낸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A Woman Makes a Plan)’의 중국어판 출판 기념회 등 여러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중국 곳곳을 누볐다.
메이 머스크는 자신의 책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현재 중국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머스크 관련 서적은 아들 일론 머스크의 전기뿐이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머스크는 중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행보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아들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중국은 도로, 터널, 건축물, 인프라, 항만 등 모든 면에서 매우 발전한 나라”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이어 11월에는 테슬라 기가팩토리3이 소재한 상하이에서 찍힌 테슬라 전기차 사진들이 X에 올라오자 일일이 ‘하트’ 이모티콘을 날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현재 메이 머스크가 얻고 있는 인기는 단순한 유명세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들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가 상하이에 거대한 전기차 조립 공장을 두고 있고, 일론 머스크 자신도 출장차 중국을 종종 방문한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와 미 국방부 간 관계 때문에 종종 논란에 휩싸여온 반면에 메이 머스크는 ‘중국의 오랜 친구(老朋友, 라오펑유)’로 불리며 중국 내에서 호의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아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분석이다.
메이 머스크의 개인 스토리도 중국인들 사에서 울림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캐나다에서 출생했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전 세계를 무대로 유명 모델로 활동해온 이력 때문에 여성으로서 독립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중국 리뷰 플랫폼 ‘더우반’의 한 사용자는 “메이 머스크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롤 모델”이라면서 “여러 나라에서 쌓은 경험 덕분에 더욱 포용적인 문화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호평했다.
메이 머스크의 중국 내 인기는 다양한 브랜드 협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 오포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됐고, 올해 들어서는 중국 매트리스 브랜드 바오바오의 매장 오프닝 행사에도 참석했다. 항저우에서 열린 중국 패션기업 JNBY의 런웨이에도 섰고,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가 상하이에서 진행한 행사에서 세계적인 팝스타 리한나와 함께 포즈를 취해 화제를 모았다.
메이 머스크는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서 60만 명에 육박하는 팔로어를 두고 있고, 중국판 틱톡으로 유명한 더우인에서는 35만여 명, 중국판 X로 불리는 웨이보에서는 약 5만 명의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가디언은 “메이 머스크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단순히 외모나 유명세 때문만이 아니라 가정 폭력을 극복한 불굴의 이미지, 세 자녀를 억만장자로 키워낸 어머니로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라고 전했다.
메이 머스크의 팬이라고 밝힌 한 중국 네티즌은 최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그녀는 가정 폭력 피해자에서 세계적인 슈퍼모델로, 그리고 세 자녀를 억만장자로 키워낸 강인한 여성으로 변신했다”면서 “이 이야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극찬했다.
중국의 소비자 전문 뉴스레터 ‘위안 따라하기’의 설립자 장야링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우아하게 나이 드는 60~90대 인물을 롤 모델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메이 머스크의 팔로어 가운데 85%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장야링은 “메이 머스크는 자신의 인기와 아들의 유명세를 활용한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