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파나마 운하 통제권 장악 발언이 국제 해상 물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각)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의 '중요 국가적 자산'이라 규정하고 통제권 강화를 시사한 것은 중국의 서반구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파나마 운하는 연간 2700억 달러 규모의 물동량이 통과하는 글로벌 무역의 핵심 동맥이다. 전체 통과 선박의 50% 이상이 미국 항구를 오가며, 대형 컨테이너선의 통행료는 한 번에 최대 100만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 가뭄에 따른 수위 저하와 새로운 예약 시스템 도입으로 통행료가 인상되면서 국제 해운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클레버-카론 국무부 중남미 특사 지명과 함께 서반구에서 '통제와 영향력 공백'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2017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운하 주변 발전소, 철도, 갑문 확장 등 주요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고, 파나마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가입한 것에 대한 우려를 직접 표명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 수사를 넘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극단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77년 카터-토리호스 조약으로 2000년까지 단계별로 파나마에 이양된 운하 통제권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국제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파나마와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단 1제곱미터도 양보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중국 외교부도 파나마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이 통행료 인하를 위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파나마 운하가 미국에 넘어갈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파나마 운하 물동량 4위 국가로, 2024 회계연도 기준 1966만t의 화물이 이 수로를 이용했다.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통행료 인상이나 운항 제한은 수출국인 한국 기업들의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이 이슈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 주장은 트럼프의 재집권 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대중국 견제가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민자 대량 추방, 관세 인상, 우파 정권 지원 등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파나마 운하 통제권 주장은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법과 기존 조약 체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지만, 동시에 서반구에서 미·중 간 세력 균형이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대체 물류 루트 확보와 경제 다각화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