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경제 조사 기관인 콘퍼런스 보드(CB)가 발표하는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했다. 특히 12월 기대지수는 전월 대비 12.6포인트 급락한 81.1을 기록했다. 이는 침체 기준선인 80을 간신히 넘은 수준이다. 기대지수가 80을 밑돌면 1년 안에 침체가 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대지수는 소득과 비즈니스, 고용 상황에 대한 단기 전망을 나타낸다. 12월 기대지수는 최근 5개월 사이 최저치다.
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3일(현지 시각) “기대지수가 거의 경기 침체 예상 수준으로 내려간 것은 일부 미국인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으로 생활비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소비자들이 연말 휴일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일시적으로 소비자신뢰지수가 상승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일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미국 경제 지표가 확실하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오랫동안 계속되는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 정부는 경제 지표와 소비자 심리의 불일치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콘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12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104.7을 기록했다. 이는 수정된 전월치인 112.8에서 8.1포인트 둔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지수가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12월 현재 여건지수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내린 140.2를 기록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2개월 만에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콘퍼런스 보드의 이번 조사 결과에는 11·5 선거 결과와 관세 정책 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이 기관이 밝혔다.
이 기관은 12월 조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 정책에 대한 반응을 점검했다. 그 결과 미국 소비자의 46%가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21%만 관세 정책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1월 20일 내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미시간대가 조사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에도 상승하며 5개월 연속 개선세를 이어갔다. 미시간대가 지난 2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74.0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2024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직전 달인 11월의 71.8과 비교하면 3.1%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7에 비해서는 6.2% 증가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