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대가’인 버핏은 주식 시장 변동에 크게 영향 받지 않으면서 꾸준하게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있어 그가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는 늘 관심사다.
특히 버핏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애플 보유 지분 거의 절반을 매각하면서 보유 현금은 34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고 있어 내년에 그가 주식을 새로 사들일지를 놓고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버핏이 매수에 나선다면 해당 종목의 전망이 밝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현금
버핏의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은 3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감안하지 않은 절대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에 이른다.
CNBC는 23일(현지시간) 오펜하이머의 자료를 인용해 버크셔 보유 현금이 현재 3250억 달러로 버크셔 총 자산의 약 30%에 이른다고 전했다.
총 자산 대비 30% 현금 보유 비중은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보유 현금 절대액은 1965년 버핏이 당시 방직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왜 안 사나
버핏은 뉴욕 주식 시장이 팬데믹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규 주식 매입을 꺼려왔다.
일본 종합상사 3곳에 투자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투자가 드물다.
기후위기 속에 화석연료 산업이 하향길이지만 미 독립 석유·가스 업체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지분을 대거 확보한 것이 팬데믹 이후 그의 두드러진 투자다.
대신 그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거의 절반 가까이로 비중이 치솟은 애플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지난해 거의 절반을 팔아 치웠다.
보유 지분은 매각하고, 신규 매입은 거의 멈춘 버핏의 이같은 행보는 그가 매력적인 종목을 발견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버핏 지표
버핏은 지금 주식 시장이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버핏 지표(Buffett Indicator)’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판단의 근거다.
버핏 지표는 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 주식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버핏 지표는 209%로 대공황과 블랙먼데이로 주식 시장이 폭락하기 직전인1929년 고점 당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오펜하이머에 따르면 버핏 지표는 2000년대 초 닷컴거품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 당시 버핏 지표는 거품이 붕괴하기 전 140%를 찍은 바 있다.
고평가
글렌뷰 트러스트 컴퍼니 최고투자책임자(CIO)이자 오랜 버크셔 주주인 빌 스톤은 버핏이 새 종목 매수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주식 고평가와 매력적인 종목 부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은 지금 주식 시장에는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주식을 찾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때문인지 버핏은 올해 주식 매도에 매진해 애플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그가 올 들어 9월까지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1330억 달러에 이른다.
위기 노린다
버핏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장 위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고령의 자신이 끝까지 수행할 수 없으면 자신이 선택한 후임 그레그 에이블을 동원해 투자에 나서더라도 버틸 것이라는 전망이다.
버핏이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매머드 급(elephant-sized)’ 거래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아거스 리서치의 케빈 힐 애널리스트는 분석 노트에서 버크셔가 보유한 3250억 달러 현금은 시장이나 특정 기업이 ‘고통’을 받는 시기에 풀릴 것이라면서 버핏은 이전 경제 위기에도 그렇게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