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원과 베이항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팀이 사막개미의 눈에서 영감을 받아 혁신적인 소형 편광센서 칩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Science Advances'에도 게재됐다고 2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과학원의 생체 영감 재료 전문가 리밍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사막개미의 독특한 시각 구조를 모방해 기존 편광 광검출기(pol-PD)의 한계를 극복했다. 편광 광검출기는 빛의 편광 방향을 감지하는 특수 광센서로, 지질학적 원격 감지, 머신 비전, 생물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상용 편광 광검출기는 복잡한 광학 시스템과 부피가 큰 부품들로 인해 소형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막개미의 눈 구조에 주목했다.
사막개미는 수백 개의 작은 광수용체 단위로 구성된 겹눈을 통해 편광된 햇빛을 감지하고, 이를 이용해 표지물이 없는 사막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생체 구조를 모방해 새로운 나노임프린팅 결정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얇은 결정질 필름을 제작하고 이를 칩에 내장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 편광 광검출기에서 필수적이었던 부피가 큰 광학 부품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개발된 센서의 성능도 인상적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운 편광 광검출기는 상용 제품보다 두 자릿수 이상 높은 검출률을 보이며, 뛰어난 편광 민감도를 나타냈다
주목할 만한 발견 중 하나는 이 광검출기가 일반 카메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지문도 선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격자 어레이나 홈 패턴이 있는 고결정성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원스텝 방식으로 제작하고 이를 칩에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센서의 또 다른 장점은 단일 노출로 고감도 편광 이미지를 캡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고감도의 간단하고 비용 효율적인 편광 이미징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편광 이미징의 광범위한 보급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의 지혜를 첨단 기술 개발에 적용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의료 영상, 보안 시스템,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의 사막개미 눈 구조를 모방한 편광센서 개발 성과는 한국 과학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생체모방 기술과 나노기술의 융합을 통한 혁신적 성과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의 효과적인 연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한국도 자연 현상에 대한 기초 연구를 첨단 기술 개발로 연결하는 연구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생물학, 물리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연구를 통한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제 공동연구의 중요성도 부각한다. 중국 연구진이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와 협력하여 성과를 이뤄낸 것처럼, 한국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술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연구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과학계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기초연구 강화, 다학제간 융합 연구 활성화, 글로벌 연구 협력 확대라는 세 가지 과제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