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자 인접국인 캐나다의 방위비 분담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내년 1월 그가 취임하면 이 문제가 양국 간 핵심 쟁점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24일(현지시각) 캐나다가 방위비 증액 계획을 밝혔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그 속도가 너무 늦고, 규모도 너무 작다며 격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핼리팩스 국제 안보 포럼에서 캐나다가 나토의 국내총생산(GDP) 2% 방위비 분담 증액 목표를 오는 2032년까지 달성할 것이고, 가능하면 이보다 이를 시점에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공화당 인사들은 캐나다의 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즉각 반발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이 포럼의 미국 측 대표인 마이크 터너 하원의원(공화, 오하이오)은 이 매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정부의 정책은 붕괴하는 나토에 무임 승차하겠다는 것”이라며 “모두가 트뤼도 총리와 같은 정책을 택하면 나토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짐 리쉬 상원의원(공화, 아이다호)도 “터너 의원의 발언이 비외교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진실을 말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리쉬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의 2032년 목표 달성 얘기를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크게 실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나토의 32개 회원국 중에서 GDP 대비 2% 방위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8개 국가 중 하나로 그 비율은 현재 1.37%이다. 캐나다는 나토 회원국 중 GDP 규모 기준으로 6번째 국가지만 방위비 분담 비율은 27위에 그쳤다.
캐나다는 지난 4월에 국방비를 오는 2030년까지 GDP 대비 1.76%로 올리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032년까지 2% 목표 달성 계획을 새로 제시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에서 만났다. 나토 수장과 트럼프 당선인이 나토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첫 만남에서 논의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목표치를 GDP 대비 2%에서 3%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 그들은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월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액을 비판하면서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러시아가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침공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4년 현재 GDP 대비 방위비 지출이 2%를 넘기지 못한 회원국은 32개국 중 크로아티아(1.81%) , 포르투갈(1.55%) , 이탈리아(1.49%) ,캐나다(1.37%), 벨기에(1.30%), 룩셈부르크(1.29%), 슬로베니아(1.29%), 스페인(1.28%) 등 8개국이다.
3%를 넘긴 회원국은 폴란드(4.12%), 에스토니아(3.43%) , 미국(3.38%), 라트비아(3.15%), 그리스(3.08%) 등 5개국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각각 GDP의 2.33%, 2.06%, 2.12%를 방위비로 지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과 훌륭한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지렛대로 삼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 협상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에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종전 대비 5∼6배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라고 압박했었다. 이에 따라 당시에 한미 양국 정부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2021년 1월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 후속 협상을 거쳐 양측이 절충점을 찾았었다.
한미 양국은 최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안에 합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한국의 분담액을 더 늘리도록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