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현재보다 10배가량 많은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 한국을 겨냥해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 당시 합의했던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의해 한국의 부담금은 1조1833억 원으로 결정됐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한국의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돼 계속 늘어났다. 2025년 분담금은 1조4028억 원이다.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분담비가 줄잡아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10배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 한·미 양국이 2026년부터 적용할 새 합의에 따른 분담금과 비교해도 9배 가까운 액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에 50억 달러의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처음에 요구했으나 한국이 난색을 보여서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그다음 해에 다시 50억 달러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년 바이든 정부가 자신이 합의한 것을 다 뒤집었고, 그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집권하면 한·미 양국이 최근 타결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일 2026년 이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측이 불안정성 해소에 공감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오는 2026년 분담금은 2025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 원으로 정해졌고, 그 이후 연간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하기로 했다. 현재는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하고 있다.
한·미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협상 개시 6개월 만인 제8차 회의에서 최종 타결했다. 제12차 SMA는 2026∼2030년 5년간 적용된다.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은 2025년 분담금(1조4028억 원)보다 8.3% 증액됐다.
트럼프 정부 당시인 제10차(2019년) SMA 협상에서는 줄다리기 끝에 8.2%가 올랐으나 적용 기간이 1년에 그쳤고, 제11차 때도 장기간 교착상태를 겪다가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21년 적용 기간 6년, 13.9% 증액에 합의했었다. 이 합의에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돼 매년 3.4∼5.4%씩 총액이 늘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시절 한국과 훌륭한 거래를 했다”면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를 지렛대 삼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주장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11월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려고 2026년 이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한·미 간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초 출범해 협상한다면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도 공백 상태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최근 타결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합의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