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전 이사를 재무장관으로 낙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자가 워시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대신 유력 재무장관 후보인 억만장자 투자자 스콧 베센트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2일(현지시각)보도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에는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워시, 재무장관에 지명하나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0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워시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워시는 변호사 출신으로 월스트리트 금융가와 행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1995년 모건스탠리 투자은행 부문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 참모로 일을 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측근들이 원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측근들은 1기 집권 시절 파월 대신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앉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워시는 2006년 최연소 이사라는 타이틀로 연준 이사에 임명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재무부를 워시에 맡겨 2기 행정부 경제정책을 입안하게 하는 한편 백악관에서 재무부와 협력해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는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베센트를 임명할 계획이다.
백악관·재무부·연준, 유기적 협조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원대한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20일 미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파월을 연준 의장에서 쫓아내겠다던 자신의 구상이 파월의 거부로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자 파월 임기 만료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소식통들은 파월의 연준 의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 5월 백악관과 재무부, 연준이 3각 체제로 움직이는 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연준 출신인 워시를 재무장관에서 물러나게 해 파월 후임으로 연준 의장에 꽂고, 베센트는 NEC 위원장에서 재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백악관과 재무부, 연준이라는 경제 사령탑이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유기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월이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압박하면 임기 전 사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임기를 마치겠다고 못박은 뒤 고심하던 트럼프가 이런 구상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이 완성이 되면 트럼프는 대선 기간 언급했던 연준 통화정책 간섭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구상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여전히 고심 중이며 어쩌면 워시와 베센트를 재무장관 후보에서 모두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마크 로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재무장관으로 낙점될 전망이다.
파월 흔들기
장기적인 연준 체제 구상은 파월의 입지를 약화하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베센트는 공개적으로 트럼프가 파월 후계구도를 신속하게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월 후임자가 일찌감치 정해지면 이 ‘그림자’ 의장이 파월의 영향력 약화에 나설 것이고 파월의 조기 레임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재무장관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워시는 파월 후임 1순위다.
워시는 파월과 함께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연준 의장 양대 후보였으며 참모들이 워시를 밀었지만 트럼프가 결국 파월을 택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장기 구상대로 워시가 연준 의장이 된다고 해도 백악관의 요구를 순순히 들을 지는 역시 미지수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