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 속에 비트코인이 22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10만 달러에 바짝 근접하는 초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뉴욕 거래에서 한때 9만9600달러대로 치솟은 뒤 한국 시각으로 23일 오전 6시57분 현재 전일 대비 1.26% 상승한 9만9263.67달러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0.87% 내린 3317.64달러에 거래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암호화폐 시장 전체 규모가 1조 달러가 증가하는 등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운 상태다.
특히 전일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일인 1월20일에 사임한다는 소식이 비트코인 매수 심리를 한층 달궜다. 대표적 암호화폐 규제론자인 겐슬러 위원장의 사임으로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규제가 대거 완화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디지털 자산 정책을 전담하는 새로운 백악관 기구를 신설할지에 대한 논의에도 착수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옵션거래 상장도 투자심리를 한층 고취시켰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12개 미국 ETF에 미국 대선일 이후 68억 달러 이상의 투자자금이 순유입됐다.
페퍼스톤 그룹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 노트에 “겐슬러 SEC 위원장이 사임한다는 소식, ETF에 상장한 자금이 유입된 점 및 옵션거래가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이는 철저한 모멘텀 랠리”라면서 “10만 달러가 자석처럼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이 이미 과매수 상태인데다 레버리지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격 조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갤럭시 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암호화폐 시장이 최대한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테미스 테미스토클레우스 EMEA(유럽·중동 및 아프리카)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비트코인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매우 크며, 포트폴리오에 금과 같은 다른 헤지 수단을 갖는 것이 항상 훨씬 더 효과적임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반면 울프 리서치의 롭 긴즈버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과매수 영역에 깊이 들어섰지만, 과거 유사한 흐름에서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은 과매수 상태를 무시했다”면서 낙관론을 이어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