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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상 굴기 가속화, 한·미 조선 협력 강화 부른다

중국, 초대형 해안 경비정으로 남중국해·대만해협 장악 노려
미국, 해군력 열세 만회 위해 한국 조선업과 협력 강화 모색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19 08:20

중국 초대형 행안경비정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초대형 행안경비정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해상 팽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각)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 해안경비대 함정을 배치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해양 팽창이 단순한 영유권 분쟁을 넘어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감안, 미국은 해군력과 군수물류 체계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541피트(약 165미터) 길이의 초대형 해안경비대 함정 '하이징 5901'호와 '하이징 2901'호를 남중국해와 대만 주변 해역에 배치했다.

이 함정들은 미국의 동급 함정보다 123피트(약 37미터) 더 길며, 76mm 함포와 헬리콥터 착륙 갑판을 갖추고 있어 사실상 군함에 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함정을 활용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의 대치를 격화시키고, 대만해협에서는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실제로 하이징 5901호는 필리핀 어선과의 충돌 사건 이후 사비나 암초 해역에서 위협적인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하이징 2901호는 대만 주변 군사훈련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대만에 압박을 높이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중국 해안경비대의 이런 행보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스탠포드대학 시라이트 프로젝트의 레이 파월 책임자는 "이처럼 거대한 해안경비대 함정의 존재 자체가 영유권 주장을 위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해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해군력 증강과 군수물류 체계 개선에 나섰지만, 자국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370척의 해군 함정을 보유했지만, 미국은 290척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군수물류 선단은 노후화가 심각해 향후 8년 내 28척이 퇴역을 앞두고 있어 전략적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러한 접근은 중국 견제와 자국 조선업 부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조선 시장에서 28.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미국의 조선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해, 한국과의 협력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과 함정정비 협약을 체결했으며, HD현대중공업도 MRO 사업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소의 함정 건조 단가가 미국의 8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은 양국 협력의 경제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더욱이 이런 협력은 단순한 산업협력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항해자유 수호를 위한 전략적 동맹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기존 존스법 체제로는 중국의 해양 팽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한국과 협력을 통해 해군력 증강과 군수물류 체계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존스법은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인이 소유한 선박만 미국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세적 해양 전략이 오히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이러한 협력이 확대될 경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구도와 조선산업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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