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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무역전쟁 공포에 휘청이는 유럽

EU집행위, "대서양 양안 경제에 극도로 해로울 것" 경고
보호무역 장벽에 산업 공동화 우려, 역내 기업 지원 강화 나서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18 06:56

트럼프 2.0, 흔들리는 유럽의 미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2.0, 흔들리는 유럽의 미래. 사진=로이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연합(EU)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15일(현지 시각)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3%로 하향 조정했으며, 미국 보호무역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는 전망치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같은 날 보도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위원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전환은 대서양 양안의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공약한 10% 관세 부과가 실현될 경우, 독일 분데스방크는 자국 GDP가 최대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안츠 보험은 이로 인해 독일 전체 수출의 약 1.7%에 해당하는 250억 유로 규모의 수출이 위험에 처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유럽 제조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022년 1월 대비 산업생산이 이미 6% 감소한 상황이다. EU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19%에 달하는 가운데, 제약(600억 유로), 자동차(450억 유로), 의료용품(400억 유로) 등 핵심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충격은 유럽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독일 내 3개 공장 폐쇄 결정이 대표적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고성능 모델은 여전히 본국 생산에 의존해 관세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값싼 러시아 에너지의 종말, 전기차 전환 지연, 중국 시장 의존도 심화라는 삼중고에 미국 시장마저 위축되면서 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는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2030년까지 회원국 조달 예산의 50% 이상을 역내 기업에 배정하도록 하고, 전략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산업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런 보호주의적 조치가 글로벌 무역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 변화도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최근 스페인 해안 지역의 대규모 홍수 피해를 언급하며, 기후 재앙이 식량 가격 상승과 산업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4년 평균 2.4%, 2025년 2.1%로 전망되는 인플레이션도 부담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러한 경제 전망을 반영해 9월 이후 4%였던 예금금리를 3.25%로 인하했으며,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미 불안한 반응을 보인다. 트럼프 당선 이후 유로 Stoxx 50과 FTSE 100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무역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EU의 위기 극복은 결국 산업 혁신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7~2021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무역분쟁 경험을 토대로, EU는 이번 위기를 산업 구조 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GDP의 17%를 차지하는 EU 경제 향방이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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