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 미국 스타트업 오테리온과 우크라이나 기업들이 주도하는 저가 자율주행 드론의 대량생산 체제 구축은 현대전의 양상을 근본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기업들은 미사일 시스템에서나 볼 수 있는 정밀 타격 능력을 단 15달러의 미니컴퓨터로 구현했으며, 특히 러시아의 전자전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90%에 이르는 놀라운 타격 성공률을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수만 대 규모 '스카이노드' 탑재 드론이 2025년 초 전장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스카이노드는 픽셀 잠금(pixel-lock) 기술을 통해 목표물을 자동 추적하고, 조종사와 통신이 끊기더라도 독자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그동안 드론 전술의 한계로 꼽힌 전자전 취약성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술 혁신이 만드는 '비대칭 전력의 균형자'
우크라이나의 드론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전략상 의미를 갖는다. 인구와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첨단기술로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는 것은 현대전에서 기술 우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특히 15달러대 미니컴퓨터와 저가 카메라만으로도 90%의 타격 성공률을 보이는 자율주행 드론의 등장은 고가 무기체계 중심의 기존 전쟁 수행 방식에 도전장을 던졌다.
러시아군의 전자전 장비도 이들 자율주행 드론 앞에서는 효과가 제한됐다. 기존 드론이 조종사와 실시간 통신해야 한 것과 달리 자율주행 드론은 목표물 타격 과정에서 통신이 불필요해 전파 방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는 전자전 우위에 기반한 러시아의 전술적 장점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드론, 기존 방위산업 패러다임 혁신
우크라이나의 드론 산업은 기존 방위산업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차고와 작업장 수준의 소규모 제조 시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효율성 높은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6세의 오토바이 마니아가 설립한 비리(Vyriy)는 정부와 군, 자선 단체의 지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관료적이고 경직된 기존 방위 산업 구조와 완전히 차별화된 모델이다.
주목할 점은 부품의 현지화다. 모터와 카메라만 중국에서 수입할 뿐 대부분의 부품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다. 이는 전시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런 혁신적인 방산 생태계의 변화 효과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올해 초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국방예산은 440억 달러로 670억 달러인 러시아의 65% 수준이었다. 그러나 드론 전력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한 자율주행 드론의 평균 임무 성공률은 90%를 웃돌며 단위 비용당 타격 효과는 러시아 순항미사일의 8배에 이른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생산 비용의 절감이다. 비리가 개발한 자율주행 드론 한 대의 생산 단가는 약 400달러로, 이는 러시아군이 주로 사용하는 대전차 미사일 한 발 가격(약 3만 달러)의 1.3% 수준이다. 이 비용 효율성은 우크라이나가 상대적 전력 열세에도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을 운용할 수 있게 만든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저가 하드웨어와 고도 소프트웨어 결합해야 '파괴적 혁신'된다
이 같은 변화는 전세계 방위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저가 하드웨어와 고도화된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만드는 파괴적 혁신의 가능성이다. 둘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유연한 방산 생태계의 중요성이다. 셋째,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등 민간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다.
전문갇르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저비용-고효율 무기체계의 발전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있지만, 드론 전력의 혁신적 발전은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전술 변화를 넘어 미래 전쟁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