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8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2% 넘게 하락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고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인한 공급 차질 우려가 둔화하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74%(1.98달러) 하락한 배럴당 70.38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2.33%(1.76달러) 하락한 배럴당 73.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너지 생산업체들은 허리케인 ‘라파엘’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 조치로 7일까지 미국 멕시코만 원유 생산량의 22% 이상을 감산했다. 이에 유가는 전일 거래에서 1% 넘게 상승했으나 이날 허리케인이 약화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최근 재정 지원책이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점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지방 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이 조치가 수요를 직접 겨냥하는 데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중국의 추가 부양책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이날 유가를 짓눌렀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디플레이션 압력은 올해 유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원유 수입은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유가를 일부 지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응 수위에 따라 전 세계 시장에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PVM의 존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새 대통령이 원유 관련 제재를 신속하게 시행하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