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멕시코 등 수입차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전기차(EV) 보조금 지급 등의 기존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어 자동차 업체들이 정책 전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트럼프가 취임 첫날부터 환경보호국(EPA)과 교통부의 자동차 관련 규정에 대한 철폐에 착수할 계획을 밝히는 등 EV에 대한 세액공제 등 혜택에 대해 축소 또는 폐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업체들이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규제 변경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가솔린 엔진 탑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트럭을 더 쉽게 생산하도록 생산 계획 전환을 검토하는 한편,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EV용 배터리와 EV 제조에 대한 투자 전망을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으며, 아시아·유럽산 자동차에도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또 중국 자동차에 대해서도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는 반면, 미국 내에서 제조하는 중국 자동차 업체에는 문호를 개방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여기에 와서 자동차를 팔고 싶다면 여기에 공장을 짓고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EV 업체들과 배터리 제조 업체들은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조할 방침임을 시사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 업체 LG 등이 소속된 무공해 미국 운송협회는 6일 트럼프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성명을 통해 “향후 4년은 우리의 기술이 앞으로 몇 세대 동안 미국 공장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개발 및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날 미국트럭협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EPA(경제협력협정)의 엄격한 배출 기준을 기술적으로 달성 가능하고 우리의 중요한 산업의 운영 실태를 고려한 기준으로 대체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신정부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부활시킨 캘리포니아주의 자체적인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설정 권한을 박탈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EV 충전 보조금 사용처도 변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설부지 선정 업체인 스트래티직 디벨롭먼트 그룹의 마크 윌리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환경에서 자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부품과 제조 시스템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멕시코나 다른 나라에서 대체할 수 없다면, 미국에서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중국이 문을 닫으면 멕시코의 비중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영향을 받을 동아시아 각국도 대처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자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혼다의 아오야마 신지 부사장은 멕시코에서 연간 약 20만 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80%가 미국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이 멕시코 수입차에 영구 관세를 부과하면 혼다는 생산기지 이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는 멕시코의 2개 공장에서 트럭 '타코마'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에서 23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환경에 대해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타코마 등 생산기지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