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관세 폭탄’ 우려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주가가 6일(현지시각) 일제히 급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로 중국과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독일 증시에 상장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주가가 각각 6.44%와 6.58% 급락한 것을 비롯해 포르셰와 폭스바겐 주가도 각각 3.71%와 4.27% 하락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자동차 업체인 리오토와 니오 주가는 각각 3.25%와 5.21% 하락했다.
트럼프는 중국, 유럽 및 멕시코산 신차와 트럭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이들 국가는 유럽을 포함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제조 허브를 구축한 지역이다.
이날 미국에 상장된 일본 혼다 자동차의 ADR(미국주식예탁증서)도 8.02% 급락했다. 혼다는 이날 분기 실적 감소를 보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에 멕시코산 수입 차량에 200% 넘는 관세 또는 세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하는 등 관세 인상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또한 첫 번째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혼다의 아오야마 신지 부사장은 관세가 인상될 경우 회사 운영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혼다가 멕시코에서 연간 약 2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그 중 약 16만 대를 미국으로 운송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혼다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에 큰 영향”이라며 “관세가 곧 부과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국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곳에서 차량을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다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국에 공장이 있지만 여전히 미국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멕시코 등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도 멕시코에 공장이 있다. 도요타, 혼다, 기아, 마쓰다 및 폭스바겐 등도 마찬가지다.
이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를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저렴한 차량 생산 기지로 멕시코를 선택하고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 동안 협상한 무역협정을 변경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해 미국에 차량을 수출하려는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그들은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우리 국경을 넘어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미국에서 차량을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이 실현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따라 트럼프의 고율의 관세 부과 주당이 과장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울프의 엠마누엘 로스너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자 노트에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100% 이상의 공격적인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2018년부터 2020년 초반 미중 무역전쟁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절정에 달했던 때에 보았듯이 2026년 USMCA의 재협상을 앞두고 무역 불확실성이 자동차 주식 전반에 광범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우리는 무역 및 관세에 대한 더 강경한 접근법을 예상하지만, 사업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 변경은 발표보다는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