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을 콕 집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자 한국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약화된 미국 조선업 기반을 대체할 기업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부상하면서 미 해군 함정 분야를 넘어 조선업 전반으로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간 조선업 협력이라는 호재를 맞이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7일 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계에 손을 내민 것은 중국 조선사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 조선업 부진을 타개할 기회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920년 ‘존스법’을 제정해 미국 선박을 모두 미국 조선사가 건조하도록 제한했다. 원래는 미국 조선사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지만 조선사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은 탓에 기술 경쟁력이 뒤처졌고, 결국 일감이 줄어 조선업 기반이 흔들렸다.
미국 내에서는 전미철강노조를 필두로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선박 건조 점유율은 0.1% 수준이었다. 2014년부터 10년간 1% 선을 넘긴 적이 없다. 반면 중국은 2023년 50.7%를 차지해 2014년 35.9%에서 15% 가까이 성장하며 2016년을 제외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중국 견제뿐만 아니라 우수한 조선 기술력을 보유한 미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은 2023년 28.3%의 점유율을 나타내며 같은 기간 점유율이 6.1% 줄었지만 1위로 올라선 2016년을 제외하고 2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저가 수주를 내세우는 중국과 달리 한국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 운반선 같은 대형 선박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자율운항 선박과 무인수상정 같은 첨단 선박 개발에도 앞장섰다.
특히 미 해군은 함정 건조와 관리를 국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자 장성들이 나서 HD현대와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한화오션은 6월 미 해군과 함정정비 협약(MSRA)을 체결했고, 7월 미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4만여 톤(t) 규모로 수주했다. 또한 미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 HD현대도 곧 합류할 기세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9월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 대화’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미 함정 MRO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검토해 조만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해군이 함정 건조와 MRO를 위해 한국 조선사와 협력해온 움직임에다 중국을 더 강하게 견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한국과 가장 먼저 협력할 분야로 조선이 꼽혔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조선업이 오랫동안 발전이 더뎠기 때문에 미국 조선업 기반을 재건하고 조선소 현대화와 조선 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과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