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막혔던 'H20' 수출 재개...규제 완전히 준수한 'RTX Pro' 동시 투입
미·중 긴장 완화 속 '숨통'…$150억 매출 손실 만회 기회 잡아
미·중 긴장 완화 속 '숨통'…$150억 매출 손실 만회 기회 잡아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14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AI 반도체 'H20'의 중국 판매를 재개하며, 중국 시장 규제 요건에 맞춰 설계한 새 모델 'RTX Pro GPU'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지난 2023년 말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 조치 뒤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맞춤형 AI 칩이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가 지난 4월 추가 규제를 시행하면서 이마저 수출이 사실상 금지됐다.
엔비디아는 H20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판매 재개를 위해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했으며, 미국 정부의 "허가가 곧 승인될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허가가 나오는 즉시 배송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두 나라의 긴장이 일부 풀리는 기류 속에서 나왔다. 최근 중국은 핵심 광물인 희토류 수출통제를 완화했으며, 미국 역시 중국 안의 반도체 설계 기술 서비스 재개를 허용하는 등 서로 완화 조치를 취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급망 엑스포에 참석해 언론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중국 방문으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 150억 달러 놓친 엔비디아, 반격의 서막
엔비디아에 H20의 수출 재개는 절실한 과제였다. 판매 금지 조치 탓에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약 7조6076억 원) 규모의 재고를 손실로 처리했다. 황 CEO는 올 초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약 150억 달러(약 20조7480억 원) 규모의 매출 기회를 포기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AI 칩 'RTX Pro GPU'의 개발 소식도 알렸다. 이 칩은 미국의 수출통제를 완벽하게 지키면서 스마트 팩토리, 물류 같은 산업 현장의 디지털 트윈 AI 기술에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월 엔비디아가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H20보다 사양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인 새 칩(RTX Pro 6000D 기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규제 맞춘 '투 트랙'…중국 전용 GPU로 돌파구
황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 정책 입안자들 그리고 베이징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하며 AI 분야 협력을 늘리고, 오픈소스 연구와 세계 AI 발전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강조해 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H20 판매 재개와 신규 라인업 확장이라는 '투 트랙'으로 중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다각적인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