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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F-21, 분담금 갈등 봉합…'미국산 엔진' 넘어 수출길 열릴까

인도네시아 분담금 3분의 1로 감액…기술이전 축소와 맞교환
수출 걸림돌은 美 ITAR 규제…'엔진 국산화' 장기 과제로 부상
인도네시아 공군(TNI AU) 시험 조종사 페렐 리고날드 대령이 지난 6월 27일 KF-21을 처음으로 조종했다. 사진=TNI AU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공군(TNI AU) 시험 조종사 페렐 리고날드 대령이 지난 6월 27일 KF-21을 처음으로 조종했다. 사진=TNI AU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양산이 본격화해 2026년 공군 인도를 앞뒀지만, 핵심 협력국인 인도네시아와 관계에서는 분담금과 기술 이전 문제로 생긴 갈등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인도네시아 국방 전문 매체 조나 자카르타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방위사업청은 KF-21 초도 물량이 인수 비행 시험을 마치는 대로 2026년부터 공군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4년 6월 방위사업청과 맺은 1조9600억 원 규모의 20대 생산 계약에 따른 첫 물량이다. 이어 양측은 지난 6월 27일 20대를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7월 19일 사천에서 첫 비행을 한 KF-21은 현재 2인승 시제기 2기를 포함한 총 6대의 시제기가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KAI는 KF-21을 "앞으로 유무인 복합 운용이 가능한 6세대 전투기로 발전할 4.5세대 전투기"로 보고, F-35와 함께 공군 주력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장으로는 유럽산 미티어 초가시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고, 지난 6월 FA-50 분리시험을 마친 국산 공대지 미사일도 장착할 예정이다.

문제는 양국 협력의 상징이어야 할 이 사업이 오랜 기간 순탄치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총사업비 7조5000억 원(약 63억 달러)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인도네시아는 개발비의 20%를 내기로 했으나, 2018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며 약속을 미뤘다.
갈등은 2024년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USB에 기밀 자료를 담아 빼돌리려다 적발된 사건으로 극에 이르렀다. 당시 방위사업청,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가 합동 조사를 벌였으나 "기밀 자료 유출은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인도네시아 측이 기술 이전 범위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언급해, 사건의 배경에 깊어진 불신이 있음을 내비쳤다.

◇ 분담금 삭감과 기술이전 축소 '맞교환'


양국은 지난달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2025' 방산전시회에서 새로운 합의에 이르렀다. 한국은 '기존 합의보다 기술 이전을 줄이는' 조건으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3분의 1 수준인 6000억 원(약 4억4000만 달러)으로 깎아주는 데 동의했다. 지난 6월 27일 인도네시아 공군의 페렐 리고날드 대령이 KF-21 시험 비행에 참여한 것은 이 같은 갈등 봉합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기술 이전 범위 축소가 인도네시아의 불만 요인으로 남았지만, 양국은 협력을 이어가기로 최종 합의했다.

어려움 끝에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유지한 것은 KF-21의 수출 경쟁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KF-21은 F-35 라이트닝 II, 유로파이터 타이푼 같은 고가의 서방 전투기나 Su-35S, J-10CE 등 러시아·중국산 전투기의 대안으로서,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신흥 시장에서 비용 효율이 높은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로 주목을 끌고 있다.

◇ 마지막 관문, 미국의 '엔진 수출 통제'

다만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F414-GE-400K 터보팬 엔진을 쓰는 점은 마지막 과제로 남는다. 이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면허 생산하지만,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 규정(ITAR)을 따른다. 이 때문에 KF-21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는 반드시 미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엔진 공급을 위해 2028년 12월까지 초도 양산 물량 80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분담금과 기술이전이라는 오랜 갈등을 풀고 공동개발을 정상 궤도에 올렸다. 그러나 KF-21의 수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면 미국 정부의 엔진 수출 승인이라는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KF-21의 국제 시장 성공 여부가 이 문제 해결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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