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親)화석연료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정책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에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통 에너지산업인 석유화학 업계는 보조금 축소 등이 우려되는 반도체·배터리 산업과 달리 수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생산 확대, 에너지 인프라 환경규제 완화, 그린 뉴딜 즉시 철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이번 대선 결과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큰 영향이 없거나 기회와 위기가 상존하는 등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먼저 톨루엔 등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 대부분이 미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이어서 수출에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홍준 한국화학산업협회 산업조사실장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서) 미국은 2위다. 주요 수출 품목은 벤젠·톨루엔 정도"라며 "(이 제품들은) 미국이 구조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 위주여서 대미 수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회와 위기가 상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석유화학과의 거래 비중을 줄여 한국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밀려나면 인도 등 제3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이 시장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져 위기랑 기회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친석유화학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재건 사업으로 석유화학 수요가 일시적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가 아니라 향후 미국 경제정책에 따른 중국 반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정책에 따라서 중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화학산업은 미국과의 관계보다는 중국과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 미국에 의한 중국의 화학산업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