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12.3 계엄사태 이후 환율 방어에 동원돼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고 3개월만에 증가한 4156억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세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분기말 효과가 작용해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핵정국이 지속되고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율 불안과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전월 말(4153억9000만 달러)보다 2억1000만 달러 늘었다. 3개월 만에 증가 전환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부터 3개월째 증가 흐름을 보이다가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12월 외환보유액 추이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12.3 계엄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급격히 소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비상계엄 직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서 여러 개입 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했다"면서 "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면 계속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일부에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떨어져서 4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중기적으로 4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것 아니냐 걱정이 많다"면서 "일각에서 얘기하는 엄청난 양이 줄었고 41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라고 외환보유액 급감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총재가 단언한 대로 외환보유액 급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세가 예상 보다 크지 않았던 데다 분기말 효과가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분기말은 시중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달러 예치금을 넣어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12월 외환보유액 증가는 미달러화 강세로 인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분기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증가하고 운용수익이 발생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환보유액 중 가장 비중이 큰 유가증권은 3666억7000만달러(88.2%)로 전월보다 57억2000만 달러 줄은 반면 예치금은 252억2000만 달러(6.1%)로 60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특별인출권(SDR)은 147억1000만 달러(3.5%)로 1억8000만 달러 줄었고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융자 등으로 보유하게 되는 IMF 관련 청구권인 IMF포지션은 42억 달러(1.0%)로 2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47억9000만 달러, 1.2%)과 같았다.
한편,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4154억 달러로 중국(3조2659억 달러), 일본(1조2390억 달러), 스위스(9251억 달러), 인도(6594억 달러), 러시아(6165억 달러), 대만(578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495억 달러), 홍콩(4251억 달러)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