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고금리에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빚(가계신용)이 올해 3분기(7~9월) 18조원 불어나 사상 처음 19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도 저금리 복귀 기대감으로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고개를 든 영향이다.
한은이 19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8조원(1.0%) 늘면서 1분기(+13조4000억원) 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5조4000억이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19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가계대출과 미결제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합친 실질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2019년 말 1600조6000억 원이던 가계부채는 2020년 4분기(1727조9000억원)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6개월 만에 2021년 2분기(1805조9000억원) 180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이후 3년 3개월 만에 1900조원도 넘어섰다.
정부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에도 가계 빚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은 고금리 시대 종료에 따른 기대감으로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3분기 5만3000건에서 올해 1분기 5만9000건, 2분기 8만3000건, 3분기 9만6000건으로 점차 확대됐다.
세부적으로는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모두 증가하면서 가계 빚 상승을 견인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795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6조원,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원으로 2조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도권 주택 거래 증가에 따라 3개월 전보다 19조원 증가한 11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 수준이면서 전 분기(+16조원) 보다도 증가 폭이 커졌다.
반면 같은 기간 기타대출은 증권사 신용공여액 감소 등으로 3조4000억원 감소했다. 전 분기(-2조7000억원) 보다 감소 폭이 커진데다 12분기 연속 감소세다.
판매신용은 추석연휴 등으로 신용카드 이용규모 가 늘면서 전 분기대비 2조원 증가한 118조로 집계됐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2분기 189조9000억원에서 3분기 192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가계신용이 19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은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2015년부터 지난해 까지 장기 평균 증가폭은 22조2000억원을 하회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증가율은 1.5%로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거시건전성 정책과 가계대출 관리 등에 9월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데 기인한다"면서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7월부터 둔화되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는 3개월 시계에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