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에도 소비자들이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 지갑을 닫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할부금리와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악화한 영향이다. 자동차 할부를 주력으로 하던 일부 카드사와 캐피털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으로 수익개선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기업대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1일 여신금융업계 따르면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으로 인해 자동차 관련 금융시장이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자동차할부를 취급하는 우리·KB국민·롯데·삼성·신한·하나카드 등 6개사의 관련 자산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조6909억 원으로 전년동기(10조1632억 원) 대비 4.64%(4723억 원)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몇 년 전부터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신용판매 부진에 대응해 자동차할부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재작년부터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영업 위축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할부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캐피털사들도 어려움을 지속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캡티브 금융회사인 현대캐피탈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할부금융 영업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약 17조 원에 달하던 할부금융 자산은 반년 만에 1.59%(2717억 원) 줄어든 16조7283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KB캐피탈은 같은 기간 3조377억 원에서 6%(1846억 원) 늘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자동차 금융시장이 위축한 배경으로는 크게 고금리와 경기침체, 대출규제 등이 지목된다. 우선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너무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대·기아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판매량은 2년 만에 70만대 아래를 밑돌았다. 국내 완성차 내수 차량 판매가 70만대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까지 네 차례에 그친다.
특히 고금리로 인해 자동차 할부금리가 최대 10%까지 치솟았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자동차할부를 취급하는 캐피털사와 카드사에서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최소 4%대에서 최고 10%대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2022년 최고금리가 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이자 부담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조사한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 리포트’(Vehicle Purchase Intent Index; VPI)를 보면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인해 민간소비 여력이 위축하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가 늘면서 자동차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검토 중인 ‘신차 구입 시 신용카드 특별한도 축소’ 방안 역시 할부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자동차 금융 부담도 한층 낮아질 거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여신업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과거 발행한 고금리 회사채 영향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사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부진한 주요한 요인으로는 당연히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의 구매력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다”면서 “물론 고금리가 한창일 당시와 비교하면 이자 부담이 완화하긴 했지만, 할부금리라는 게 결국은 회사채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으므로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수위축과 경쟁 심화로 인해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업대출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