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이 국가신용등급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5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췄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1%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기준금리는 2.5%까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이런 내용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매년 2회(5∼6월, 11∼12월) 경제 전망을 한다. 3월과 9월에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전망치를 수정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했다. S&P의 킴엥 탄 전무는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물론 이는 투자자들에게 뜻밖의 일이고 향후 투자자 결정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신용등급을 맡고있는 엔디 리우 S&P 전무도 "비상계엄의 잠재적 여파는 밋밋(flat)할 것 같다"며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환경에 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전반적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관해서는 계엄의 여파가 현재로는 잠잠해진(muted) 상황"이라고 짚었다.
S&P의 루이 커쉬 전무는 "프랑스 등 이미 몇몇 국가들이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번 사례는 경제·금융 정책 기조에 대한 심각한 의견 불일치로 생긴 일은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고 진단했다.커쉬 전무는 "경제·금융 기조에 대해 국내 견해차가 크면 사태를 해결하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불어나지만, 이번 일은 그렇지 않다"며 "어떤 형태든 불확실성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차차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 결국 신용에 부정적(credit negative)일 수 있다고 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정치적 위기가 제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화급한 사안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아누슈카 샤 무디스 부사장은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업무 중단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갈등의 장기화, 특히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현재의 어려움을 심화시키고 경제적 신뢰를 저해하는 것은 신용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9월 전망치(2.2%)에서 0.1%포인트(p) 낮췄다.OECD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2.2%)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2.0%)나 한국은행(1.9%)보다는 높다.OECD는 "견조한 글로벌 수요가 수출을 지탱하고 금리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으로 올해 말부터 민간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2.6%에서 9월 2.5%로 낮춘 데 이어 이달 2.3%로 0.2%p 낮췄다. 내후년 전망치는 내년과 동일한 2.1%다.한국의 물가상승세 둔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OECD는 내년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1.8%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5·9월 전망치(2.0%)에서 0.2%p 낮춘 것이다. 올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3%로, 직전 전망치(2.4%)보다 0.1%p 하향 조정했다. OECD는 "2025년에는 기준금리가 2.5%까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OECD는 연금개혁과 함께 재정준칙 도입이 빠른 고령화로 인한 지출 부담 완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이민이 노동력 부족 완화에 도움 될 것이며 노동시장 개혁이 일자리 매칭을 개선하고 자녀 양육의 기회비용과 노인 빈곤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