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불가리아 제2원전인 '벨레네 원전사업'의 최종 후보 중 하나로 선정됐다.
불가리아 뉴스매체 소피아글로브 등 외신에 따르면, 테메누츠카 페트코바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의회 에너지위원회에서 "벨레네 원전사업 재개를 위해 한수원, 러시아 로사톰(Rosatom), 중국 핵공업집단(CNNC) 등 3개사를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프라마톰을 장비 공급업체 후보로 선정했다고 페트코바 장관은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벨레네 원전사업에 총 13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불가리아 정부의 평가절차를 거쳐 선정된 최종후보는 한수원을 포함한 5곳이다.
불가리아 에너지부가 내년 1월 말까지 최종후보 기업들에게 '구속력 있는 제안서'(Binding Offer)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방침이어서 후보 기업들은 6개월 이내 제안서를 불가리아 정부에 내야 한다.
불가리아는 지난 1980년대 구 소련이 다뉴브 강변 코즐로두이에 건설한 총 2000메가와트(㎿) 규모의 원전 2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벨레네 원전사업은 불가리아 북부 다뉴브 강변 벨레네에 총 2000㎿ 규모로 건설하는 두 번째 원전으로, 총 공사비는 약 100억 유로(13조 4000억 원)로 추산되며 오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벨레네 원전사업은 지난 2006년 러시아 국영 원전업체 로사톰이 수주해 건설해 왔다. 그러나 불가리아 정치권에서 전력수급상 제2 원전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불거졌고, 로사톰의 건설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2년 건설이 중단됐다.
이후 건설 재개를 위해 불가리아 정부는 다시 로사톰과 계약을 맺었으나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압박에 계약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수원은 지난 8월 벨레네 원전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불가리아를 포함한 동유럽에서의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 동유럽 8개국 원전 관계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워크숍을 연데 이어 이달 5일 폴란드에서 한국형 원전 APR1400 홍보행사를 갖는 등 동유럽 원전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전업계는 불가리아, 체코, 폴란드 등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동유럽 국가에서는 역사·경제 분야의 유대관계가 깊은 러시아가 일단 수주에 유리한 입장이지만 동유럽권의 지난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EU의 압력, '에너지 탈(脫)러시아'를 원하는 동구권 사회의 여론 등에 현지 정부가 어떤 대응을 보일 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원전 관련 기술과 가격 부문에서 경쟁력이 앞서고 있지만 한국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있는 만큼 이같은 국내 상황을 러시아와 중국 등 경쟁업체들이 동구권 발주처(정부)에 한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제기한다면 한수원의 수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