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이 하락하며 올 한 해 힘든 시기를 보낸 철강업계가 고환율까지 겹쳐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는 위기 탈출을 위해 중국을 상대로 반덤핑 등 무역 제소를 잇달아 제기하거나 생산시설 감축 같은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 가치의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철강사들의 원가 상승 부담 심화하고 있다.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직전인 지난 3일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02.9원이었지만, 비상계엄 선포 이후 출렁였다. 탄핵 가결 이후에도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이날 1464.8원에 마감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같은 양만큼 원자재를 들여와도 평소보다 4.4% 더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철강사들의 올 한 해 영업실적은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철강 계열사 포스코를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엽이익이 각각 73조5302억원과 2조8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19.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제철은 올해 매출은 23조546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376억원으로 57.7% 줄 것으로 예측됐다. 동국제강은 매출이 3조5965억원으로 36.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412억원으로 40% 감소할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내외에 걸쳐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먼저 생산 능력을 축소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포항2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폐쇄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노동조합과 합의를 못 봤다. 포스코도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잇달아 폐쇄했다. 추가 재고 발생을 막고 생산 비용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다.
무역제소도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고, 10월 산자부가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달에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도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미국에서도 한국산 철강 제품에 상계관세를 매긴 미국 상무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사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3일 인사를 단행하면서 철강 계열사 포스코의 대표이사로 이희근 설비강건화태스크포스(TF)팀장을 임명했다. 이 신임 대표이사는 비수익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사업 경쟁력을 제고해나갈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서강현 대표가 2023년 11월부터 부터 현대제철을 이끌고 있다. 서 대표는 그룹 내 재무통으로 최근 원가율 개선이라는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