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여행 수요에 힘입어 미국 항공사들의 주가가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지속적인 실적 호조로 내년 전망도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개 항공사로 구성된 S&P 슈퍼콤포지트 항공 지수는 올해 60% 상승하며 S&P500 지수 상승률인 27%를 두 배 넘게 상회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 성과이며 특히 항공 업종에서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올해 144% 급등하며 S&P500 지수 종목 중 4번째로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전례 없이 많은 미국인이 올해 항공편을 이용했고 교통안전청(TSA) 역사상 상위 10위 안에 해당하는 여행 일정이 모두 올해 기록됐다.
미국인들의 여행에 대한 갈증은 항공주가 올해 중반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한 주요 동인이 됐다.
블룸버그는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없는 노선 운항을 줄이면서 수송량 증가가 제한적이었던 점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 촉매가 됐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는 2025년에도 미국 항공사의 좌석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의 장기 추세에 못 미치는 3%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가 적정 가치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과 함께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과 같은 기존 항공사를 선호하며, 개선된 상용 고객 우대 프로그램으로 인해 알래스카 에어 그룹과 프론티어 그룹도 선호한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는 리서치 노트에서 "2025년까지 항공사의 펀더멘털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여러 항공사의 강력한 마진과 수익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언급했다.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제트블루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및 아메리칸항공 그룹은 모두 휴가철 여행 수요 증가, 항공 요금 상승 및 연료 가격 하락을 반영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델타항공은 내달 10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도 항공주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 공약이 자동 환급 등의 문제로 항공사를 압박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수요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제트블루와 스피릿 에어라인의 제휴를 막은 바이든 행정부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합병에 더 우호적일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항공업계 내에서도 기업에 따른 격차가 클 것으로 전망하면서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및 유나이티드항공이 2025년 업계 전체 영업 및 세전 이익의 약 9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주가 상승에 있어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항공업계가 올해 극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아직 보완해야할 점도 있다고 진단했다.
보잉사의 항공기 인도 지연과 유가 변동성으로 인해 구형 항공기를 계속 보유하는데 따른 비용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언급됐다. 이에 따라 많은 투자자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항공주의 최근 랠리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 지수는 2020년 초 대비 여전히 1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외여행과 연계된 최대 규모 상장지수펀드(ETF)인 11억 달러 규모의 미국 글로벌 제츠(Jets) ETF의 공매도 투자자가 급증한 점도 항공주의 랠리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모건스탠리의 라비 샹커 애널리스트는 항공주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롱 온리’(long-only·매수 후 보유로 수익을 내는 전략)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낮지만, 헤지펀드와 개인들의 투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