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올해 3분기 1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한 배경에 '환경 개선 사업'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년 환경 개선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실적 저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풍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환경 개선 투자와 관련해 충당부채로 비용 처리한 규모는 667억원으로 영풍이 밝힌 규모와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5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3999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공장 가동률은 53.4%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영풍은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 환경 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환경 개선 혁신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당연히 수치적으로 보이는 실적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바꿔 말씀드리면 실적을 포기하고 매년 1000억원씩 투자할 정도로 환경 개선에 진심"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해명과 달리 업계에서는 영풍의 사업보고서 내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 변화'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환경 개선 사업에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투자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당부채란 지출 시기와 규모는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지출 자체는 확정된 부채를 의미한다. 충당부채를 설정하면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영풍은 2020년에 처음으로 토지 정화와 석포제련소 주변의 하천 복구를 위해 총 608억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했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따지면 최근에 밝힌 시점(2021년)보다 한 해 앞서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금을 책정한 것이다. 이후 환경오염물질 처리와 지하수 정화·복구 비용이 추가되면서 2021년에 806억원, 2022년에 1036억원, 2023년에 853억원, 2024년에 1억원의 충당부채를 추가로 설정했다.
이렇게 2020년부터 설정한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는 총 3305억원으로, 연평균 661억원 규모다. 과거와 비교해 환경 개선을 위한 충당부채를 지속해서 설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영풍이 밝힌 '매년 1000억원 이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