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내건 선거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그의 첫 대통령 선거캠페인 구호 'NAG(Make America Great, 미국을 위대하게)'에서 기인한다. 사실 Mag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선 켐페인 구호 'Make America Great'를 오마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되는 것은 미국의 천문학적인 연방재정 적자가 원인이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재정 부채는 34조 5000만 달러(4경5000조 원) 에 이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00퍼센트에 이른다. 이중 공공부채는 GDP대비 123%다. 정부부채에 따른 지급 이자만 87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천조국'이라는 미국의 국방예산 8500억 달러를 웃돈다. 인구가 3억이 넘는 초강대국의 가장 큰 취약점이 1인당 10만 달러에 이르는 연방정부 부채이며 이것이 미국의 장기 경제 안보에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린 간과해선 안 된다.
민간 부동산 개발 업자인 트럼프의 전력을 기억한다면, 그것도 몇 차례나 막대한 부채 탓에 재정 압박으로 지옥 같은 도산 위기를 직접 경험한 트럼프란 사실을 기억한다면, 왜 그가 우리나라와 독일을 포함한 전통의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미군 주둔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아니면 철수 혹은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하는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거둬 실제로 G2가 돼 버린 중국을 상대로 엄청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지, 인권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피해를 주는 불법 이민자들을 아예 추방해버리겠다고 하는 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런 트럼프의 정책들을 과반 이상의 미국 국민들이 찬성하고 지지한다는 게 명확히 드러난 이번 대선 결과이며, 트럼프는 자기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는 데 있어 든든한 미국민의 지지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역대 최강의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미국 제일 우선주의'라는 살벌한 대미 외교 협상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미국의 '신고립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여전히 어떻게 대응해 생존할까에 대한 처절한 현실 외교를 외면하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논하고 규정하려는 것이다.
거센 파도는 다치지 않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이 부딪혀야 한다면, 파도에 무력하게 휩쓸릴 게 아니라 , 소극의 태도를 버리고 치밀하고도 적극 대응해 올라탈 생각을 해야 한다. 위기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기회 역시 크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이자 경고이다.
더 굳건하고 확장된 한미 군사동맹, 동북아 최애 동맹국 일본을 젖히고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외교·경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동북아에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가장 극대화 할 수 있으면서 최소의 비용과 자원만 투입하면 되는 동맹이 바로 대한민국이란 것을 공식 인정하게 만드는 치밀한 협상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실행할 시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자에게 리프레이밍(Reframing,재구성) 협상전략을 치밀하게 시전해야 한다.
그 목적은 나와 하는 협상 전에 갖고 있는 협상의 에젠다의 가치 우선순위를 뒤바꾸는 것이다. 협상 사안· 조건별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평가)을 뒤집어, 당초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렬 조건 혹은 성사장애조건(Deal Breaker)을 최선의 합의 수용 조건(Best Agreement Deal)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당초 우리에게 요구한 지나친 요구 조건이, 강자인 자기에게도 득보다 실이, 기회보다 위기(Crisis) 와 골칫거리(Problem) 가 될 수 있는 숨은 위험 거리(Hidden Risk)라고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요구 조건은 자기들이 획득하게 되는 이익(Interest & Benefit)에 비교해 훨씬 적으며, 그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Cost)과 위험(Risk)가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적절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이것이 약자인 대한민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의 협상에서 해내야 하는 협상이다.
과도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대를 통한 금전상의 추가 이익보다, 대한민국의 탄탄한 국방력 증대와 미국과의 밀접한 군사적 협력 관계 강화를 통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남하 진출 억제 봉쇄력 증강과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 영향력 유지와 증대가 훨씬 더 실익이 크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과 중국, 러시아간 비적대적이고 우호적인 관계가 길게는 동북아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북미 안보와 글로벌 무역 통상, 안정되고 익성 높은 투자 측면에서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잘 분석한 예측 지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기에 발 맞춰 우리 기업들의 협력과 협조 구조, 전략 방안들을 합치시켜 제시한다면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한 트럼프에게는 큰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도한 주둔비 증액을 요구하고, 수용치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하겠다고 고집한다면, 우리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그들과의 군사·외교·경제 협력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 상황에서 자력으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 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 전개를 통한 평화 유지와 국토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를 단시간에 스스로 구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미국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대미 압박 협상 전략을 준비해야 하며, 그것이 빈말이 아니란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이에 관련한 눈에 보이는 군사·외교 포석 활동을 미리 준비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전개하고 있어야 한다.
역사상 한국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보여준 여러 가지 미국 정부 압박 전략과 박정희 대통령의 지미 카터 대통령 압박 전략, 김영삼 전 대통령의 실례처럼, 어느 정도 선제의 과감한 압박 전략 준비와 시행의지 표현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협상 공략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인 목표, 이해관계, 수요와 욕구를 공략해야 한다. 트럼프는 근본이 기업가다. 즉, 개인은 이익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란 국가 최고의 공직에 있는 동안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개인적 이해 추구가 상당 폭 제한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표면에서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수면 아래에서 혹은 막후에서 그의 이익을 자극할 수 있는 치밀한 협상 시나리오가 요구된다.
이때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공직자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그의 사적 주변인(Private Inside Circle)을 공략해야 한다. 트럼프의 경우,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포섭해야 할 최우선 대상은 바로 그의 가족, 그의 아들과 딸 사위들이다. 트럼프가 결코 포기할 수 없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온전히 지켜내야 할 최우선 대상은 바로 그의 비즈니스 제국이다. 그의 가족 사업이 그가 지켜내고 반영 시켜야만 하는 '천년 왕국'이다. 미국이 아니다.
둘째, 트럼프는 정부와 공직자들의 협상스타일과 역량을 신뢰하지 않는다. 불신하고 간혹 경멸하는 태도까지 보인다. 이미 전 임기 동안 수많은 외교 협상에서 그의 고위 외교, 안보, 통상 공직자들을 무시하는 모습에서 이미 밝혀졌다.
그의 협상은 비즈니스 협상이다. 그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하는 협상은 비즈니스 협상이다. 그는 상대가 비즈니스 협상의 프로토콜과 방식으로 나올 때, 편안하며 신뢰와 호감을 드러낸다. 그의 숨길 수 없는 본성이다. 외교 수사, 관료주의 절차나 방식으로 접근하는 상대를 트럼프는 좋아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허례허식으로 치부하고 비실용적인 시간과 세금 낭비로 보는 것이다. 그는 비즈니스 같은 담판을 좋아한다. 기약 없는 책임도 지지 않는 통상의 외교관과 정치인들의 번지르르한 말 뿐이며 형식에 그치는 절차를 그는 혐오한다.
그래서 그와의 협상은 막후에서 물밑에서 빠르게 조율되며, 그의 사적 측근들의 개입과 중재 속에 실질적 진전을 본다.
집권 2기, 트럼프의 측근 정치와 행보는 1기때보다 더욱더 공고화할 것이다. 그의 독단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 외교 협상 전략과 수행은 거의 전대미문의 수준에 이를 것이다.
지난 임기 말,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었지만 공화당은 그를 버렸다. 그리고 이번 대선 승리도 공화당의 당 차원의 협력과 지원에 의존하지 않았다. '트럼프'라는 아이콘에 대한 지지였다.
그는 행정부를 힘으로 누를 것이고, 의회를 미국 대통령에게 헌법이 주는 고유의 강력한 권한으로 정면 돌파하며 무력화할 것이다.
그다지 강력한 정치 기반이 없는 어지간한 공화당 출신 의원들과 정치인들은 이미 그에게 줄을 서고 있다. 비난할 것도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미 선거에서 트럼프에 대한 일반 미국인들의 지지기반이 확인되었다. 어떻게무시하겠는가?
트럼프가 주저하거나 멈칫 거리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다. 그는 4년이란 임기가 얼마나 짧은 지, 그나마 3년차부터는 자칫 '레임덕'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내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처절하게 겪었다.
이제는 행정부, 의회의 견제와 다리걸기에 절대 휘둘리지 않기로 작정했음이 분명하다.
그의 시그너처인 트윗 정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행정부와 의회의 반대와 견제를 대중과의 직접 소통을 통한 여론형성과 세몰이로 무력화킬 것이다. 그리고 그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세련됨도 동시에 보여줄 것이다. 그를 통제할 권력이 사라진 4년의 미국, 트럼프의 '쾌도난마'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