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의 부유층을 겨냥해 10년 장기 관광비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양국 간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관광 산업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을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열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의 회담에서 양국은 관계 개선을 위한 주요 합의사항을 도출했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새로운 비자 제도의 핵심은 고소득·고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10년 복수 입국 관광 비자다. 현재 일본은 중국인 개별 관광객에게 3년 또는 5년짜리 복수 입국 비자만을 발급하고 있다. 내년 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 제도는 일본 관광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단체 관광객의 최대 체류 기간을 기존 15일에서 30일로 연장하고, 65세 이상 관광객의 고용증명서 제출 의무도 면제하기로 했다. 또한, 3년 관광비자 소지자의 초기 3개월 이내 사용 의무 규정도 폐지된다.
이러한 조치는 일본의 관광 산업 활성화 전략과 맞물린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330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을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관광 외에도 수산물 교역 재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양측은 국제 모니터링 메커니즘 구축을 전제로 수입 재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 관계는 최근 몇 가지 사안으로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일본 제약회사 아스텔라스 파마 직원의 중국 내 구금 사건과 9월 선전에서 발생한 10세 일본인 소년 살해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이러한 갈등 요인을 관리하면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왕이 부장은 '적절한 시기'에 일본 방문 의사를 밝혔으며, 리창 중국 총리의 방일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야 외무상은 왕이 부장이 내년 "가장 빠른 적절한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고 고위급 경제 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학교, 대학, 싱크탱크를 포함한 인적교류 확대와 관광 분야 협력 강화 등 10개 항의 합의사항을 도출했다. 다음 고위급 회담은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시바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가진 회담의 후속 조치로, 양국이 '공통의 전략적 이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관광 분야의 제도 개선은 양국 간 인적교류 활성화와 경제 협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