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 진작을 위한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구매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 2024년 3000억 위안(약 411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프로그램이 연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많은 소비자가 내년 더 큰 혜택을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가전제품 보상판매 제도는 TV나 냉장고 구매 시 제품당 2000위안의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샤프 상하이 영업 담당자 마 타오는 "현재 인센티브도 좋지만, 많은 소비자가 2025년에 더 관대한 혜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소매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 5.3%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의 소매지출은 각각 14.8%, 13.5% 감소했다.
상하이 주민 샤오 이의 사례는 현재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새 냉장고 구매를 계획 중인 그는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갇혀있는 만큼, 당국이 더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놓을 것"이라며 구매를 미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2025년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웨이 허 애널리스트는 "정책 당국이 내년 더 많은 재정·통화 부양책을 제공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은 소비자들의 관망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산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이 소매가의 20% 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면 고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1~9월 4.8%를 기록해 목표치 5%에 미달했다. 최근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추가 부양책 필요성이 논의된 만큼, 소비자들의 구매 지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