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에서 레버리지 대출의 부실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무디스 자료를 인용해 미국 레버리지 대출의 채무불이행률이 7.2%까지 치솟아 2020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팬데믹 시기 초저금리 환경에서 급증한 부채가 고금리 국면과 맞물리며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레버리지 대출 시장의 불안이 단순한 금리 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대출은 변동금리 특성으로 인해 금리 상승기에 취약할 뿐 아니라, 대출 기준 완화로 인한 신용위험 증가, 자산 담보 부족, 만기 불일치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부실 대출 교환'이라는 임시방편적 해결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에 따르면 올해 채무불이행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는 파산은 피했지만 문제를 미래로 이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2025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대출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레버리지 대출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 10년간 대출 조건이 크게 느슨해졌다는 점이다. 원래 은행은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부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라"와 같은 엄격한 조건을 걸었다. 이는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성적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라"는 조건을 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조건들이 많이 완화되어, 기업이 재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은행이 제때 개입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위험한 대출들을 모아서 새로운 금융상품(CLO)으로 재포장하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이는 마치 상한 과일 몇 개가 섞여 있어도 여러 과일을 한 바구니에 담아 포장해서 파는 것과 비슷하다. 겉으로는 위험이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런 구조적 문제들 때문에, 설령 연준이 금리를 낮추더라도 레버리지 대출 시장의 근본적인 위험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의 재집권이라는 정치적 변수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으나, 보호무역 강화는 글로벌 교역 위축을 통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차입 비용을 상승시키고 신용위험 프리미엄을 확대시킬 수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레버리지 대출 시장의 불안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으나, 근본적인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금융기관들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