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로봇 연구 인력을 대폭 확충하며 미래 기술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BYD는 체형지능(EI) 부서 강화를 위해 대규모 인재 채용에 나섰다.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을 통해 글로벌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채용 분야는 감각 알고리즘, 로봇 공학, 소프트웨어 등 10개 부문의 수석 엔지니어직이다. 채용 대상은 기계, 자동화, 전산, 수학, 전자정보 분야의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로, 근무지는 선전, 허페이, 장사 등이다. 2022년 설립된 BYD의 EI 연구팀은 로봇의 의사결정 능력 향상과 산업용 EI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협업 로봇, 모바일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EI는 기계 시스템이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핵심이다. BYD는 중국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특히, BYD의 왕촨푸 설립자는 지난달 AI와 자동차 기술 통합에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회사는 물류 로봇팀 모집도 진행한 바 있다.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지방정부의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물린다.
최근 항저우, 충칭, 난징시와 쓰촨성 등이 로봇 혁신과 관련 산업 집적화를 가속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제조업 자동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 끝에 산업용 로봇 도입에서 독일과 일본을 앞지른 상태다. 씨티 글로벌 인사이트는 2050년까지 약 6억5000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협업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관련 시장 규모는 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BYD의 이번 행보는 전기차 제조업체에서 종합 기술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특히 로봇 기술과 AI의 결합은 미래 제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BYD의 홍콩 주가는 이날 4% 하락한 268.6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과 관계없이 BYD의 기술 투자는 장기적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YD의 한 관계자는 "첨단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AI와 로봇공학을 제품에 통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우수 인재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BYD의 대규모 로봇기술 투자 행보는 한국 전기차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기차 제조를 넘어 AI와 로봇기술을 결합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는 BYD의 전략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한 전기차 제조 경쟁을 넘어 제조 혁신과 기술 융합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AI,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BYD의 공격적인 투자 규모와 속도를 고려할 때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BYD가 젊은 고급 인재확보에 주력하는 점은 한국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이 전통적인 제조 역량에서 소프트웨어와 로봇기술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관련 분야의 인재확보와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전기차 산업 생태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부품 협력사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의 스마트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